[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은 물론 전 국민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론에 찬성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현재는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등의 방향으로 선회하며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여당 내 다른 대권주자들은 처음부터 탄핵에 반대하며 한 대표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한 대표가 탄핵을 찬성할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국정을 수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탄핵이 이재명 대표에게 대통령을 헌납한다는 당파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야당이 탄핵을 저렇게 서두르는 배경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는 탄핵만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죽을 때 죽더라도 그대는 아직도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라고 하는 한편 한 대표를 향해서는 “윤통(윤석열 대통령)도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을 것”이라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자기 손으로 키웠는데 배신하고 달려드니 어찌 통탄하지 않겠는가?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당에 위임한다고 했지, 언제 그 애에게 위임한다고 했나?”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여권의 잠룡들이 한 대표와 달리 ‘초지일관’ 탄핵을 반대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면교사 삼은 것이라는 추측이다.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당시 그에 동조했던 인사들은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특히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는 아직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 역시도 실제 짧은 기간 동안 탄핵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바꾸면서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선 벌써 ‘배신자’라는 말이 돌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현재 당내 의원들 다수가 친윤계로 구성돼 있지만 마땅한 대권후보는 없는 상태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 친윤계를 포석할 수 있다면 차기 당내 대권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현재 상황은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승산이 크지 않은 상태다”며 “그렇기에 본선보단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수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각자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서 탄핵을 반대했지만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정치적 실수를 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같은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의 향수와 또 직접적으로 자신이 이득을 취한 것이 아니기에 보수층 사이에선 ‘측은지심’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군을 이용해 의회를 해산시키려고 했다”며 “이러한 상황을 국민들이 라이브로 지켜봤기에 그때랑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를 기준으로 정치적 대응을 하는 것은 실책”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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