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노동 동일임금' 주장…임금차별 철폐 촉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IBK기업은행 노조가 27일 하루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11시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 도로에서 예정된 총파업을 앞두고 전국에서 모여든 노조원으로 인근 도로와 인도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하권의 기온에 찬바람까지 불며 추위를 피해 건물 안으로 모여든 노조원들로 인해 본점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이다.
집회 관련 의자와 피켓, 머리띠를 나눠주기 위한 물품배부처도 기업은행 본점 주차장 곳곳을 차지했다.
현장에서 집회 시작 전 만난 김형선 기업은행 지부 노조위원장은 "수많은 노조원은 물론 비노조원들도 이번 투쟁에 공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본 사례도 있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한 직원은 후배직원에게 추위 속에 고생한다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다만 고객 불편은 피할 수 없었다. 노조원 다수가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면서 대면 영업의 경우 차질을 빚었다. 노조에 따르면 1차 집회 현장에 참여한 영업점 인원은 3200명 수준이다. 노조는 QR코드를 통해 노조원의 집회 참여 여부를 출석체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상담 등 대면 업무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해들었다"며 일선 영업점 현황을 기자에게 공유했다.
또다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노조도 이번 총파업에 지지의 뜻을 보냈다. 현장에서 만난 김현준 산업은행 지부 노조위원장은 "기업은행 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한다"며 "산은 부산이전 반대와 기업은행 차별임금 해결을 위해 양 노조가 연대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가 이번 총파업을 단행한 건 차별임금 문제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시간외수당(보상휴가) 미지급액이 1인당 600만 원, 총 780억 원에 달하고 시중은행과 비교해 임금이 70% 수준인 점 등 임금차별이 심각한 상황이다.
노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외치며 사실상 시중은행과 다를 게 없는 기업은행이 시중은행 수준의 임금을 노동자인 은행원에게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행은 올해 2조7000억 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단 한푼의 성과급도 우리 직원들에게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반면 기재부는 배당금 명목으로 지난 3년간 1조1000원을 가져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간외수당 또한 체불돼 있다. 보상을 휴가로 대체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에서는 보상으로 지급할 방안을 찾아라고 지시했다"면서도 "하지만 기업은행은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지 않은 사업장, 노사 합의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사업장"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헌법가치인 노사자율,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직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라며 이번 총파업의 명분을 재차 강조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직원 임금과 관련해 총인건비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 급여나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로 쓸 수 있는 연간 총액을 미리 정해두고 범위 안에서만 인건비를 지출하는 제도다. 기업은행, 즉 사측이 아닌 정부에 의해 임금이 통제되면서 노사간 교섭행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김 위원장 역시 "근본적 문제는 기업은행의 임금이 헌법상 권리인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으며 노사가 교섭하는 것이 아니라 기재부가 틀을 정하고 이를 금융위가 따르는 구조"라면서 "해마다 직원에게 쓸 수 있는 총인건비가 정해진 탓에 초과이익배분이나 특별성과급 지급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임금 문제는 노사 자체만으로 해결이 불가하다"며 "기업은행 직원 내부에서는 자조적으로 '우리 사용자는 은행장, 기재부장관, 금융위원장 세 사람'이라는 한탄이 나온다"고 말했다.
집회는 당초 예정됐던 시각을 10여분 초과해 시작했다. 통제된 도로에 앉은 노조원들이 기업은행 본점 앞 도로부터 을지로입구역 4번 출구 근처까지 빼곡하게 들어찼다.
김 위원장은 집회 시작과 함께 개회사를 통해 "정부와 기재부, 금융위를 방패로 삼아 임금문제에서 뒤로 숨은 은행장도 각성해야 한다"며 사측의 적극적인 대응도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까지 가두행진을 한 뒤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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