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혼다의 빅딜 실패, ‘남 일’ 아니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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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혼다의 빅딜 실패, ‘남 일’ 아니다 [기자수첩]
  • 박제은 기자
  • 승인 2025.02.13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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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만 합병 결렬, 불확실성 커지는 일본車 업계
전동화 협력은 지속?…폭스콘, 닛산 인수 가능성도
한국 예외 아냐…생존 위한 장기 경쟁력 구축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제은 기자]

닛산 로고와 혼다 로고. ⓒ연합뉴스
닛산 로고와 혼다 로고. ⓒ연합뉴스

일본의 대표 자동차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의 합병 논의가 결국 무산됐다. 기업 문화 차이와 경영 전략의 이견을 극복하지 못했단 분석이다. 향후 전기차 및 SDV 분야에서는 협력을 이어간단 계획이지만, 합병 논의가 결렬된 마당에 해당 약속이 지켜질지란 알 수 없다.

양사의 합병 결렬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두 회사의 연간 판매량을 단순 합하면 ‘세계 3위’라는 그럴듯한 셈법이 나왔지만, 실상은 규모의 경제와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닛산은 친환경차 라인업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 반복된 경영 위기로 인해 신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력이 부족했고, 결국 전기차 중심의 시장 지형 변화에 발맞추지 못했다. 혼다 역시 이륜차 시장에 회사 역량을 나눠 쓰다보니 모빌리티 전략에 강한 힘이 실리지 못했다. 결국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합병이 무산되면서, 이젠 폭스콘이 닛산 인수에 새롭게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폭스콘은 폭스트론이라는 사명으로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며 자동차 업계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전세계에 거점을 가진 닛산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폭스콘이 닛산을 인수할 경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기존 전통 제조업 중심에서 IT 기반의 혁신 기업 중심으로 변화하는 흐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닛산-혼다의 합병 무산은 한국 자동차 기업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버블경제 이후 붕괴된 일본 자동차산업이 경영 및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 급변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겪는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엔 트럼프의 고관세 압박과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저가 공세마저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는 그저 단순히 현대기아차에 미칠 손익을 계산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일이 아니다. 닛산이 한 때는 잘 나갔지만, 급속도로 침몰할 수 밖에 없던 근본 원인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닛산의 몰락은 핵심 기술력의 부족과 시장 흐름에 대한 둔감함, 그리고 전동화 전략 부재가 결합된 결과다. 혁신 없이 과거의 성공에 기댈 수만은 없음을 시사한다. 시장 경쟁을 위해선 가격을 넘어 브랜드 차별화와 품질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란 교훈을 새길 때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닛산의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단순한 기술 개발과 가격 조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을 위한 전략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배터리 기술 혁신 및 전기차 운영 시스템과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은 필수로 보인다.

올해는 국제 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지면서 큰 파고가 일 전망이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시장을 주도할 혁신과 장기적 관점의 전략 마련에 계속 힘 줘야 할 것이다.

담당업무 : 자동차, 철강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오늘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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