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공정하게 재판한다면 ‘무죄’ 주장하는 이재명 대표가 피할 이유 없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께.
대표님. 지난 19일 MBC 100분토론에서 하신 말씀을 봤습니다.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데 대통령 재임 전 진행 중인 기존 재판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소추에서 소는 기소를 말하고 추는 소송 수행을 말하는 것이라서 기존 (재판도) 정지된다는 것이 다수설”이라고 말씀하셨지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너무나 아쉬운 발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정치력으론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표님께서 왜 아무것도 얻을 게 없는 이야기를 하셨는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말씀하신 취지는 이해가 됩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재판을 받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국가적 혼란도 계속될 테니까요. 국격에도 좋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사법리스크’가 대권으로 가는 가장 큰 장애물인 상황에서, 굳이 ‘대통령이 되면 재판을 받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실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대표님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신다면, 재판을 피할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표님이 공직선거법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자, 박찬대 원내대표께선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라고 하셨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께서도 “이재명을 죽여야겠다고 작심한 판결”이라고 하셨지요.
조국혁신당 소속 법제사법위원들께서도 “정권에 동조해 없는 죄를 만드는 법원은 법원이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모두 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봐 대표님께 없는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취지의 발언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발언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대표님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에는 재판을 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때는 ‘윤석열 정부’가 아닌 ‘이재명 정부’일 테고, 그렇다면 법원은 당연히 이재명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대표님께 유리한 판결을 내릴 테니까요. 법원이 정권 눈치를 본다는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님들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되신 후 대표님이 재판을 받는 건 리스크가 전혀 없는 일입니다.
법원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판결을 내리더라도 대표님께는 불리할 게 전혀 없습니다. 대표님은 물론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님들도 대표님께는 죄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시니까요. 법원이 법에 따라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린다면, 대표님은 당당히 ‘사법리스크’를 벗을 수 있으실 겁니다. 이건 명예회복을 위해서나 퇴임 후를 위해서나 대표님께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되면 기존 재판도 정지된다’고 말씀하시면서, 대표님은 괜한 오해를 사게 됐습니다. 벌써 ‘대통령직을 범죄 혐의 회피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 않습니까. 당당히 ‘대통령이 돼서도 재판을 받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하셨으면 잃는 것 없이 많은 걸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면 대표님께서 대통령이 된 후 재판을 받으시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법원이 공정하게 판결을 하더라도, 대표님께 죄가 없다면 문제될 게 전혀 없습니다. 당당히 재판에 임하겠다는 선언은 그야말로 ‘로우리스크 하이리턴(Low Risk, High Return)’인 겁니다.
대통령이 되면 재판이 정지된다는 주장은 국민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뿐더러, 얻을 것도 별로 없습니다. 대표님께 씌워진 모든 의혹을 풀기 위해 과감히 ‘대통령이 되더라도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선언하십시오. 그게 대표님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입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