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이재명 1인 체제…정치적 공간 있을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지 52일 만이다. 이러한 영향일까. 조기 대선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에 단식 투쟁에 나선 인물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다. 그는 윤 대통령의 즉각파면을 촉구하며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10일째 서울 광화문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단식 투쟁의 대표적 사례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83년 5월 전두환에 의해 가택연금 당했을 때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며 23일간의 투쟁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사건이 있다. 이에 영향을 받은 후대 정치인들도 특정한 사안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는 등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도 자주 사용되곤 한다.
김 전 지사도 이 같은 투쟁을 통해 여론의 주목을 받는 동시에 그간 지지부진했던 차기 대권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학생운동에서 대권주자까지…김경수의 삶
경상남도 고성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서울대에 입학해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졸업 후에는 언론계에 짧은 기간 몸담았다가 1994년 신계륜 의원의 제안을 받아 정책비서로 정계 입문했다. 유선호·임채정 의원실을 돌며 보좌관 생활을 하던 김 전 지사는 2001년 말 청와대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월북했던 외삼촌 때문에 3개월 만에 자리를 떠나게 된다.
이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청와대에서 나온 이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팀 부국장으로 합류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 연설기획비서관, 공보비서관 등을 역임하면서 친노(노무현)의 핵심이 된다.
김 전 지사가 본격적으로 선출직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문재인을 보좌하게 되면서다. 19대 총선과 6회 지방선거 경남도지사에 출마해 모두 낙선한다. 다만 이는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 됐는데 원외정치인임에도 그의 팬클럽이 조직됐다.
그 결과 20대 총선에서는 김해을 지역에서 큰 표 차이로 승리했으며 7회 지방선거 경남도지사에 재도전해 김두관 전 지사 이후 야권에서 두 번째로 당선됐다. 이때부터 김 전 지사는 잠룡으로 평가받게 된다.
김 전 지사의 정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건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다. 2021년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으면서 지사직을 상실했다. 그의 정계 복귀는 지난해 윤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됐다.
경쟁력, 어느 정도일까?
정치권에선 이처럼 파란만장함 끝에 복귀한 김 전 지사의 대권 경쟁력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가장 큰 강점은 민주당 출신으로 영남권에 표밭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87년 체제 이후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은 모두 고향이 PK(부산·경남) 출신이며 그 지역 총선에서 당선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친노·친문(노무현·문재인)의 적통자라는 것도 강점 중 하나다. 만약 비명계가 마땅한 대권 주자를 찾지 못한다면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반면 한계도 뚜렷하다. 범야권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인해 피선거권이 박탈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비명계 인사들이 모두 갖고 있는 고민인데 김 전 지사 역시 현재 상황에선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크지 않다.
아울러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등 정치 사범에 연루된 것도 약점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과거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정치인이 여론조사를 왜곡해 민주주의 본령을 훼손했다는 것은 중대범죄다. 중도층에서 대거 이탈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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