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의 긴급진단>새누리당은 민주정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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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긴급진단>새누리당은 민주정당인가
  •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6.03.18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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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아니면 모두가 적인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우리 정치의 비극적인 현상이 새누리당 공천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국회의원 공천 심사에서는 대부분 출마자의 의정활동, 도덕성, 철학, 당선 가능성 등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공천기준으로 삼아왔다. 지금의 새누리당 공직후보자 추천신청 서류 또한 자기소개서 및 의정활동계획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20대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평가보다는 특정 계파와의 관련 유무가 더 큰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이유로는 새누리당의 주류를 ‘친박’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과, 공천관리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의 독선과 독주 때문이라는 것이 거론된다.

당헌·당규를 지키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민주정당인가를 알 수 있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규정 제6조 ①항에는 “중앙당 및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당헌 제6장(공직후보자의 추천) 및 공직후보자추천규정에 따라 공직후보자의 추천 전반을 관리․감독한다”고 돼있으며, 당헌 제99조 ①항에는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는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와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 등 상향식 추천방식을 통해 선정하고, 최고위원회의의 의결로 확정되며 대표최고위원이 추천한다.”고 돼있다. ②항은 “중앙당 국민공천배심원단은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선정한 우선추천지역 후보자에 대해 적격여부를 심사하여 부적격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적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최고위원회의에 재의요구를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공천과정의 비민주적인 운영과 ‘친박’ 세력의 횡포에 대해서는 각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서 많이 언급됐다. 무엇보다 비민주적 공천은 최근 새누리당의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도 지적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의미가 없다. 지역구민의 지지나 여론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특정인에 대한 충성과, 그 계파에 대한 줄서기만이 유일한 공천기준이다.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친박, 원조박, 진박 등의 단어에서 볼 수 있듯, ‘朴’과 관계가 없다면 새누리당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친박’ 이라는 특정계파에 줄서기를 하고, 그 세력에 기생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 공천은 힘들다.

당헌·당규는 의미가 없다. 공천관리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완장의 힘을 과시해도 묵묵부답이다. ‘친박’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다. 당 대표건 동료 의원이건 의미가 없다. 동료 의원을 존중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막말은 없어야 하는 것이 인간사다. 공천관리위원장이라는 사람이 국민을 향해 공천자를 발표하면서도 존칭어 사용은 보기 어렵다. 반말투의 말이 여과 없이 전해진다.

최근 정치권에서 주로 회자되는 이름들을 보면, 그들 모두 한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함께 힘을 모았던 당사자들이다. 서청원, 김무성, 유승민, 최경환, 진영, 홍문종, 윤상현 등 이름만 들어도 그들이 함께 ‘형님’, ‘동생’하면서 편하게 지냈을 것이 상상된다. 인간사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박’의 세력의 범주에 새로 들어가는 김태호나 원유철 또한 현재의 대표인 김무성과는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이인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김무성의 적이다.

모두가 김무성 대표를 흔든다. 새누리당 당원들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뽑은 사람을 인정하기는커녕 ‘죽여라’라는 독설로 공격하는가 하면, 기회 있을 때마다 회의체(최고위원회)의 수적 우위를 이용해 당 대표를 공격한다. 당의 선거기간에만 존재하는 한시적인 자리인 공천관리위원장이 당 대표를 향해 ‘바보 같은 소리’라는 험한 말을 해도, 이에 대해 비판하거나 그를 나무라는 사람들이 없다. 오히려 방관한다.

‘친박’이라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아무 흠결이 없는 사람처럼 상대를 인신공격한다. 자신의 흠결은 보지 않고, 상대를 공격할 때는 인정사정이 없다. 2002년에 제16대 대선 직전 한화그룹과 썬앤문그룹에서 각각 10억 원과 2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고, 비례대표직을 사고팔아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사람도 있다. 2004년 제17대 총선을 앞두고는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됐고, 2006년 7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강원 지역의 골프장에서 도내 사업가들과 2개 팀으로 나눠 골프를 친 이른바 '수해 골프' 사건으로 한나라당에서 제명, 경기도당 위원장에서 물러난 사람도 있다. 또 성완종 경남기업회장의 불법정치자금과 관련돼 이름이 거명된 사람도 있다.

이들은 공공연히 김무성 당 대표를 향해 ‘사과하라’며 고성을 지른다. 같은 정당 소속이면서도 모두가 적이다. 원유철 원내대표의 김무성 대표의 사과 요구는 물론, 당 대표가 임명한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들이 당 대표가 사과를 하지 않으면 업무를 보이콧하겠다고 한다. 왜 이렇게 모두가 극단적인가? 대화와 타협은 없다. ‘친박’이 아니면 모두가 적인가?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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