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24 수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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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5·18, 문재인의 5·18
거리에서 행진했던 文 대통령, 연단에서 기념사
몸싸움 일었던 갈등 기념식서 치유의 장으로
2017년 05월 18일 (목) 김병묵 기자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박근홍 기자)

2016년 5월 17일 광주

분명히 축제 분위기지만 비장했다. 웃는 이들보다 얼굴을 굳힌 결연한 표정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2016년 5월 17일, 광주 금남로의 전야제 모습이다.

   
▲ 행진 전에 모여있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들 2016년 5월 17일 ⓒ시사오늘 DB

풍악소리가 울려 퍼졌고, 길에서 춤을 추는 이들도 있었다. 광주에서 5·18 기념식이 가지는 성격은 특별했다. 한(恨)을 풀어내는 제례면서, 지역 공동체가 하나임을 확인하는 축제기도 했고, 정치적으로는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긍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 길에서 한풀이 춤을 추는 한 광주 시민 2016년 5월 17일 광주공원 앞 ⓒ시사오늘 DB

광주공원에서 기자와 만난 한 모 씨(64)는 “(5·18 기념식에는)뭐라 말할 수 없는 짠한 것이 있다”며 “이건 정치적 논쟁거리가 아니다. 정의의 문제다. 논란이 되는 것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하얀 소복을 입은 유가족들은 현수막을 앞세워 행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 사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당시 기준 야권 정치인들이 뒤를 이었다.

   
▲ 2016년 5월 17일 제36주년 5·18 기념식 전야제에서 행진하는 문재인 대통령. 오른쪽은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시사오늘 DB

그 중엔 문재인 대통령도 있었다. 당시엔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였다. 광주에서 반(反)문 정서라는 말이 공공연해졌을 때다. 잔뜩 모인 시민 중에선 문 대통령에게 환호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몇몇 시민들은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정치를 해야 하니 왔는가 보다’라는 상당히 공격적인 중얼거림도 들렸다.

본 행사장이라 할 수 있는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 무대 앞에 도착했다.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어우러져 자리에 앉았다.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골목에선 술에 취한 일부 시민들이 정부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다들 내일이 박근혜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맞는 5·18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TV에선 박 전 대통령이 기념식에 불참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 2016년 5월 18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광주 시민과 이를 가로막는 국가보훈처 관계자가 격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사오늘 DB

2016년 5월 18일 광주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기념식 행사장 밖에선 큰 소동이 벌어졌다. 기념식에 초청받지 못한 광주 시민들과 국가보훈처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유족과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기념식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한 광주 시민은 이날 기념식장 밖에서 <시사오늘>과 만나 “나는 5·18 유공자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그날의 참혹함을 겪었던 광주 시민”이라며 “사전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장을 가로막는 건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시민은 “작년에는 이렇게 보안이 엄하지 않았는데 이러는 이유가 뭐냐.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 때문에 박근혜 정부 관계자나 보훈처장한테 우리가 해코지라도 할까봐 겁나서 그러는 게 아니냐”고 거들었다. 보훈처 관계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시민들로 가득 찬 2017년 5월 17일 광주 5·18 기념식 전야제의 금남로 거리 ⓒ뉴시스

2017년 5월 17일 광주

광주 금남로는 어김없이 시민들로 가득 찼다. 그런데 분위기가 일변했다. 주요 분위기는 기대감이었다고 했다.

작년에 이어, 이날 전야제를 찾았다는 신 모 씨(32·여·광주광산구)는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행사는 비슷했지만 작년과 분위기가 달랐다. 무대 앞만 붐비고 뒤쪽으로 갈수록 한산했던 작년보다 훨씬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 같다. 정권교체가 끝나서 전체적으로 들뜬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하는 발언이 많이 들렸다”고 전했다.

   
▲ 전야제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광주 시민들 ⓒ뉴시스

전야제에 참석한 또 다른 시민인 문 모 씨(51·남·광주남구)는 같은 날 통화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지시한 것부터 기대됐다”면서 ‘반문정서’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게 있었나 싶다. 주변 모두가 호평 일색”이라고 증언했다.

2017년 5월 18일 광주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의 문’을 지나 제37주년 5·18 기념식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직접 기념사에서 “문재인 정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면서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 하겠다”고 강조했다.

   
▲ 눈물을 닦는 문재인 대통령. 2017년 5월 18일 제37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뉴시스

또한 오늘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1980년 항쟁당시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 김소형 씨의 추도사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후엔 김 씨를 포옹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이날 행보와, 기념사 등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찬사가 쏟아지는 중이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 왼쪽부터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김종률 작곡가, 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뉴시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됐다. 신임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열렬한 환대 속에 입장했다. 불과 1년 전 극한에 이르렀던 갈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기념식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한 시민은 “이게 뭐라고 그렇게 싸웠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광주에 연고도 없고, 5·18에 대해서도 사실 잘 몰랐다. 하지만 저렇게 눈물을 흘릴 만큼 감격스러워 할 일인데 지난 정부에서는 왜 (제창을) 해 주지 않았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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