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으로 돌아선 황교안…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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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으로 돌아선 황교안…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4.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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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안철수·원희룡 등 입당 시 대비…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지칭하자,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색깔론을 꺼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오늘 김유종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지칭하자,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색깔론을 꺼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오늘 김유종

“문재인 정권이 지난 2년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좌파 천국을 만들어 놨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자존심은 어디다 팔아 놓고 왜 북핵, 북한 제재 풀어달라고 구걸하고 다니나. 우리 경제 살릴 외교는 전혀 보이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나.”

“힘도 없는 지난 정권 사람들을 나이가 많아도, 큰 병에 시달려도 끝내 감옥에 가둬두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규탄 장외집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민주주의 파괴’, ‘좌파 천국’, ‘김정은 대변인’ 등의 극단적 발언을 쏟아냈다. 취임 후 ‘문세먼지’, ‘알바천국’ 등의 비유적 메시지를 동원해 민생(民生)의 어려움을 지적하던 것과 달리, 전통적인 ‘색깔론’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변신’에 주목하고 있다. 중도확장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황 대표가 색깔론을 꺼내든 데는 숨겨진 의도가 존재할 수밖에 없어서다.

바른미래당 내홍 격화…‘입지 확보’ 목적

황 대표의 ‘우클릭’ 이유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바른미래당 분열 사태 대비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걷잡을 수 없는 내홍으로 신음하고 있다. 특히 4·3 보궐선거 참패 후 구(舊) 바른정당계 인사들이 손학규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에 대한 이견이 불거지면서 구 국민의당계와 구 바른정당계가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바른미래당이 양분(兩分)될 경우, 황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구 바른정당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보수가 통합되면 유승민·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의 대권 주자들이 대거 입당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때를 대비해 황 대표가 보수 내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한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지난 22일 <시사오늘>과 만난 모 지역일간지 정치부장은 “바른정당계가 합류한다면 중도확장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황 대표는 유승민이나 안철수, 원희룡 같은 사람들이 입당하기 전에 대권 후보 자리를 확실히 해놓고 싶을 것”이라면서 “바른정당계가 들어오기 전에 30%의 한국당 지지층을 확실히 잡고 가자는 생각으로 색깔론을 펴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 피로감…중도보수에도 어필 가능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동력(動力)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알앤써치>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수행해 1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북미 중재자 역할이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국민이 54.1%에 달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42.1%였다.

그러나 정치성향별로 나눠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중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55.3%)’가 ‘도움이 된다(40.0%)’보다 많았다. 스스로를 중도보수라고 믿는 응답자 층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59.3%)’와 ‘도움이 된다(37.7%)’의 격차가 더 커졌다.

심지어 자신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층에서도 46.8%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를, 40.4%가 ‘도움이 된다’를 선택했다. 한국당의 타깃이라고 할 수 있는 보수와 중도보수는 물론, 정치성향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에 나타났듯,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가자 황 대표도 이에 발맞춰 ‘칼’을 꺼내들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 역시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대북 정책을 비판하기만 하면 색깔론이라고 하는데, 북한 챙기는 것 반만큼이라도 우리 국민 챙기라는 게 어째서 색깔론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황 대표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것인데, 이걸 색깔론으로 몰아붙이는 건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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