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21대 총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는 선거에 대비한 이합집산(離合集散) 이야기가 솔솔 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당이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체성이 다른 정당의 결합은 선거공학적 술책(術策)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에 <시사오늘>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통합 또는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정당들의 당헌을 분석,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 봤다.
‘성장과 포용’ 민주당 vs ‘자유와 경제’ 한국당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헌은 성장과 포용에 방점을 찍었다. 짧은 문장 하나로 구성된 민주당 당헌에는 성장과 포용이 두 번씩 언급되는데, ‘혁신성장’과 ‘포용적 성장’, 그리고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단어 속에서 활용된다. 경제 성장을 중시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탈자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자유한국당 당헌에는 경제와 자유라는 표현이 빈번히 등장한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한국당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로 한국당은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위한 각종 규제 철폐를 주장한다.
‘자유’ 강조하는 바른미래당·우리공화당
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의 경우, 자유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데가 있다. 바른미래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안보를 당헌 첫머리에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당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정의와 공정을 함께 언급한다는 점이 한국당과 다르다.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는 바른미래당은 당헌에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와 같은 문구를 포함시켜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우리공화당 역시 한국당, 바른미래당과 마찬가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흥미로운 대목은, 통일이 두 차례나 언급된다는 것. 당헌에서 통일이라는 단어가 두 차례 반복되는 정당은 우리공화당이 유일하다.
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묶는 키워드는 ‘평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안보로 묶여있다면,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공통된 키워드는 ‘평화’다. 아예 당명에 평화가 들어가 있는 평화당은 당헌 첫 부분에 ‘햇볕정책에 기반한 남북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평화로운 한반도를 구현한다’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정의당도 동아시아와 한반도 평화 주도를 당의 목적으로 한다. 또 보편적 복지를 바탕으로 하는 복지국가 건설을 내세우고, 생태를 강조하며, 노동권을 당헌에 명시해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요컨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국가안보를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이나 우리공화당과 달리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당의 목표 중 하나로 꼽는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평화와 복지라는 가치를 공유한다. 그러나 성장에도 신경을 기울이는 민주당과 달리, 정의당은 생태, 노동권 등 진보적 가치에 더 무게를 둔다는 점에서 이질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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