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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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필요할 때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8.02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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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당엔 계파 없다”지만…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계파 존재를 부정하고 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시사오늘 김유종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계파 존재를 부정하고 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시사오늘 김유종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많이 답답한 모양이다. 황 대표는 최근 공식·비공식적 자리를 가리지 않고 “한국당에는 계파가 없다”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해, 비박계 인사들이 연일 “당이 ‘도로친박당’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낸 데 대한 해명 성격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나는 친박에 빚진 것이 없다. 친박을 키워야겠다는 뜻을 가지고 (당에) 오지 않았다”며 “우리 당에 친박 70% 비박 30%라는 말을 하던데, 그러면 (당직에도) 친박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도로친박당이라는 말을 만든 것은 언론”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제 머릿속에는 친박, 비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행위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계파의 존재를 부정함과 동시에,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는 비박계 의원들에게 경고를 보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메시지가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황 대표의 ‘입’은 계파 청산을 외치지만, ‘행동’은 말과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 대표 취임 이후, 한국당 주요 당직은 친박계가 장악하다시피 했다. 비박계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무게감은 확연히 떨어진다.

지난 2월 황 대표 체제가 수립된 직후, 한국당 핵심 당직은 친박계로 채워졌다. 황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당 사무총장에 한선교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에 추경호 의원을 임명했다.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당대표 비서실장에도 이헌승 의원을 앉혔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한 의원 사퇴로 공석이 된 사무총장 자리에 박맹우 의원이 발탁됐으며, 상임위 가운데 ‘노른자’로 꼽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김재원 의원이 임명됐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으로는 유기준 의원이 내정됐다. 세 명 모두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특히 예결위원장 선출 과정에서는 지도부가 안상수 의원과 황영철 의원이 교대로 1년씩 맡기로 했던 합의를 깨고 김 의원이 주장한 ‘경선’을 밀어붙이면서, 일시적으로나마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황 의원이 “과거 새누리당 시절 유승민 원내대표를 내쫓을 때와 같은 데자뷔가 든다”고 직격했을 정도다.

그나마 비박계 소장파인 김세연 의원이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으나, 그조차도 지난달 교체설에 휩싸이며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야 했다. 각종 인사(人事)가 비박계 배제라는 일관된 방향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당 요직을 친박계가 장악한 상황에서, “한국당에는 계파가 없다”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정체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황 대표는 지난 6월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무리한 뒤 국회 사랑재에서 개최한 토크콘서트에서 “30%대의 ‘콘크리트 지지세력’으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중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중도 확장 의지를 내비쳤다. 또 “혁신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당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황 대표의 행보에서 ‘중도 확장’이나 ‘개혁’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우선 당 밖에서는 보수 통합 대상 중 하나인 바른미래당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념 스펙트럼상 한국당보다 오른쪽에 위치한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공화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더 설득력을 얻는 상태다.

굳이 바른미래당까지 가지 않더라도, 무소속으로 남아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같은 중도보수 세력과 황 대표의 접촉면은 없다시피 하다. 앞서 언급했듯, 당내 비박계는 주요 당직 인선 과정에서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당 밖에서도, 당 안에서도 황 대표의 중도 확장 의지를 확인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만약 황 대표가 친박계와 비박계를 가리지 않는 탕평(蕩平) 인사를 했다면 어땠을까. 당대표 취임 일성처럼, 중도보수 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 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백언불여일행(百言不如一行)이라는 말처럼, 지금은 ‘계파가 없다’는 백 마디 말보다 중도보수 세력을 포용하는 한 번의 행동이 중요할 때가 아닐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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