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시간 제약에 아쉬움…‘두뇌 스트레칭 365 퀴즈 일력’ 펴낸 계기”
“어느 때보다 ‘관계’ 중요한 시기…아침마당 ‘쌍쌍파티’ 많이 사랑해주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아침에 눈을 뜬다. 밤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뉴스를 찾는다. 출근하는 동안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SNS에 접속한다. 회사에선 업무를 위해 전화를 건다. 퇴근하면서 피곤한 눈을 비비며 영화를 감상한다. 중간 중간 메신저를 이용해 친구들과 연락한다. 집에 돌아와 쉬면서 영상을 본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간단히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루 일과 중 스마트폰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이제 스마트폰은 ‘필수품’ 수준이 아니다. 신체 일부만큼이나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늘도 짙은 법. 스마트폰은 ‘편리함’만큼이나 큰 ‘위험’도 가져왔다. 잦은 스마트폰 사용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망가뜨림으로써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이런 이유로 ‘뇌 건강’은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 스마트폰의 이점은 활용하되, 단점은 극복하자는 취지다. <아침마당> ‘행복한 금요일 쌍쌍파티’ 최은경 작가가 주목한 포인트도 이 지점이다. 최 작가는 이례적으로 아침 토크 프로그램에 ‘퀴즈’를 도입하면서 뇌 건강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저도 그렇지만, 요즘은 머리로 기억해야 할 모든 걸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잖아요. 이렇게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습관이 65세 미만 초로기 치매 환자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아침마당이라는 공영방송의 장수 프로그램에서 뇌 건강을 위한 퀴즈 코너를 하는 건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그랬던 최 작가가 김지영·신민수 두 후배 작가와 함께 <두뇌 스트레칭 365 퀴즈 일력>을 펴냈다. 33년차 방송작가가 뇌 건강을 위한 퀴즈에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이 뭘까. 영상 밖으로 나와 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유는 뭘까. <시사오늘>은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10월 8일 최 작가를 만나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그램의 이미지와 ‘퀴즈’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퀴즈 코너를 기획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잖아요. 저도 밥 먹으면서 대화하다가도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생활을 하면 뇌가 노화된다고 해요. ‘디지털 치매’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치매는 더 이상 노인만의 질병이 아니게 됐어요. 통계적으로도 65세 이하 초로기 치매 환자 수가 해마다 늘고 있어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디지털 기기들이 뇌를 수동적으로 만들어 뇌 기능을 떨어뜨리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같은 시기에 꼭 해야 하는 기획이 퀴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침마당은 토크 기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퀴즈 코너가 들어설 수 없는 구조였는데, ‘한 번 해보자’ 해서 실험적으로 시도를 해봤습니다.”
-퀴즈가 두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게 사실인가요.
“성인이 되면 인간의 뇌는 노화되기 시작해요. 그런데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해주면 새로운 신경세포 분화를 촉진하고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어요. 2020년에 일본 도호쿠 대학에서는 가벼운 퀴즈가 전두엽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고요. 실제로 노인 의료 현장에서는 치매 환자 치료를 위한 활동지로 머리를 쓰고 생각하게 하는 교재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퀴즈를 푸는 과정이 우리가 평소 쓰지 않는 뇌 부위까지 자극해서 뇌를 고루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겁니다.”
-TV프로그램 속 코너를 책으로 펴내게 된 계기가 뭔가요.
“아침마당에서 퀴즈를 해보니까, 출연하신 분들이 굉장히 몰입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퀴즈를 풀면서 머리를 쓰니 젊어지는 느낌’이라는 말씀들을 하셨어요. 아쉬운 점은, 방송의 특성상 시간 제약이 크다는 거였어요. 저희가 하는 코너가 10분짜리거든요. 그래서 한계가 있으니까 제한 없이 다양한 퀴즈를 제공할 수 있는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던 차에 어썸 그레이 출판사의 대표가 책을 한 번 내보자고 제안하셔서 ‘행복한 금요일 쌍쌍파티’ 후배 작가들과 함께 한 번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후배들과 함께 책을 쓴 이유가 있나요.
“두 가지 이유였어요. 우선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신민수 작가가 우리 막내 작가인데, 여기가 첫 직장이거든요. 선배로서 후배에게 작가로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과 경험 같은 것들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두 번째는 후배들이 참여함으로써 내용이 좀 더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50대인 제가 생각하는 퀴즈, 제가 재미있어하는 퀴즈와 20대인 후배들이 재미있어하는 건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전체적인 아웃라인은 제가 잡고, 세부적인 내용은 나눠서 채우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 덕분에 저도 제 후배들도 남다른 감정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책이 일력(日曆) 방식인데, 뇌를 자극하기에는 좀 적은 분량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어요. 스트레칭도 하루에 많이 하기보다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매일매일 하는 게 좋다고 하잖아요. 너무 많은 양의 퀴즈를 풀려다 보면 지치게 되는데, 이 책은 일력 방식이라 식탁 위나 거실 소파 옆, 책상 위, 화장실처럼 생활하는 곳 어디에나 두고 하루에 하나씩 풀어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퀴즈를 맞히기 위해 추론하면서 두뇌를 자극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뇌 건강에 대한 또 다른 책도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뇌와 에어로빅의 합성어인 ‘뇌로빅’이라는 게 있는데요. 뇌비게이션 신경과 장민욱 원장님이 바로 뇌로빅의 전도사로 불리는 분이세요. 이번 책을 쓸 때도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인데, 다음에는 장 원장님과 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방송에는 공영성이라는 게 있잖아요. 공영성에는 시사고발 같은 부분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실용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 원장님과 함께 두뇌 건강을 위한 다양한 실천법을 소개하는 책을 한 번 써보고 싶어요.”
-끝으로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침마당의 ‘행복한 금요일 쌍쌍파티’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 싶어요. 요즘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사람들 간의 관계가 소원해졌는데요. 역설적으로 그만큼 사람들 간의 관계가 간절해졌다고 봐요. 제 생각에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관계가 꼭 필요하고 또 소중한 시대를 살아가는 것 같아요. ‘행복한 금요일 쌍쌍파티’도 그런 취지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에요. 연예인들이 자기 인생의 단짝들과 같이 나와서 노래도 부르고 퀴즈도 풀고 이야기도 나누거든요. 그들의 관계를 보면서 가슴 찡함을 느끼기도 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웃음을 얻을 수도 있어요. 또 아침마당 최초의 연예인 MC인 김수찬 씨가 진행을 맡고, 프로그램 중간에 퀴즈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도전을 하고 있어요. 이제 1년 6개월째에 들어서는데, 반응도 좋고 시청률도 좋거든요. 공영방송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으면서 반응도 좋아서 저희들도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더 많은 분들이 ‘행복한 금요일 쌍쌍파티’를 함께 즐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