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일본차라는 주홍글씨만 붙지 않았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한국닛산이 지난해 7월 새롭게 선보인 풀체인지 모델 알티마를 바라보고 있자니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새 옷을 갈아입었지만 누구 하나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고, 시국이 시국인 만큼 알더라도 티를 내기 어려워져서다.
한때 가성비를 강조한 수입 가솔린 세단으로 포지셔닝돼 큰 인기를 누려왔던 것을 감안하면, 단지 일본차라서 죄송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벽은 더욱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대로 묻혀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속된 말로 완장을 떼고, 있는 그대로를 따져본다면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모델임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10일 알티마 2.5 SL 테크 트림 차량을 타고 서울 구파발에서 경기 여주시에 위치한 여주보를 왕복하는 약 190km 거리를 내달리며, 그 상품성을 직접 확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티마는 무난함 속 실용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 알면 알수록 달리면 달릴수록 제 값어치 이상을 충분히 해내는 모델이었다.
우선 알티마의 가장 큰 무기는 탑승자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듯한 부드러운 주행 질감이 아닐까 싶다. 새롭게 설계된 2.5 4기통 직분사 엔진은 엑스트로닉 CVT 무단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4.9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하는 데, 조금도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터보 엔진 대비 직관적인 응답성은 덜하지만, 부드러운 직결감을 바탕으로 실용 영역에서부터 고속에 이르기까지 제법 넉넉한 가속 성능과 정숙성을 담보한다. 크게 무리하지 않는다면 낮은 RPM을 쓰면서도 안정감있게 치고나가는 맛이 있다. 멀티링크 서스펜션과 알티마 최초로 적용된 모노튜브 리어 쇼크 업쇼버도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상쇄해 줘 안락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주행 감각에 일조한다.
고속화 구간에서는 액셀에 힘을 주면 3000~4000 RPM 영역대에서부터 속도가 빠르게 붙기 시작한다. RPM 대비 속도계 바늘이 오르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탄력이 붙고 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민첩한 거동을 선사한다. 물론 달리는 재미를 추구하는 고객에게는 2.5 모델에 패들 시프트가 없다는 점이 반감 요소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실용성을 중시한다면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다.
기자가 알티마의 주행 성능에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차가 1.5 터보 엔진을 장착한 SUV 모델이다 보니 편안함의 차이가 더욱 크게 와닿았던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전체적인 승차감이 다소 물렁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편안함을 강조한 차량 성격을 고려할 때 지나치지 않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알티마의 또 다른 무기로는 연비 효율성을 꼽고 싶다. 이 차는 가성비를 자랑하는 모델답게 이에 부합하는 경제성을 자랑한 것. 실제로 기자가 시승간 기록한 연비는 15.4km/ℓ로, 공인 연비 12.8km/ℓ를 크게 상회했다. 비교적 정체 구간 없이 달린 영향을 부인할 수 없지만, 연비 운전에 더욱 신경을 쓴다면 이보다 높은 수치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행간 클러스터 상의 높은 연비를 보다보면 제법 흐뭇하기까지 하다.
우수한 연비 효율의 배경에는 공기저항을 줄여낸 외관도 한 몫 한다. 이젠 세대 대비 전장은 25mm 늘어난 4900mm를, 전고는 25mm 낮아진 1445mm의 저중심 차체를 갖춰 스포츠 세단의 생김새를 강조할뿐 아니라 공기 저항 계수를 낮추는 효과를 거둔 것. 그럼에도 휠베이스는 50mm 늘어난 2825mm를 확보해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거주성을 부각시키기까지 했다.
물론 알티마에도 약점은 있다. 최근 선보여진 차량임에도 다소 빈약하게 느껴지는 실내 디자인과 편의 사양들 때문이다. 분명 외관은 더 커지고 대담해진 V-모션 그릴과 부메랑 형상의 헤드램프를 통해 세련미를 더했지만, 이에 반해 인테리어는 다소 올드해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실내는 글라이딩 윙 디자인 특유의 단정함과 더불어 곳곳에 그레이 가죽 마감과 우드톤 소재 및 크롬 몰딩 등을 활용한 고급스러움을 녹여냈지만, 국산 동급 경쟁 모델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아쉬운 감이 있다.
당장 7인치 클러스터와 8인치 디스플레이만 보더라도 그 사이즈가 작아 시인성과 가독성이 떨어졌다. 기어 노브나 공조 조작부 역시 밋밋하다. 시스템 상 내비게이션도 부재해,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사용이 익숙치 않은 고객들에게는 큰 불편함을 안길 수 있겠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주차 시 요긴하게 쓰였지만, 화질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편의 사양으로는 신체의 중심을 단단히 지지해주는 저중력 시트와 9개의 스피커를 탑재한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된 점을 칭찬해줄 만 하다. 첨단 안전사양 역시 차간거리 제어와 전방 충돌 경고,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등이 적용돼 한층 운전이 수월하다. 하지만 실제 어탭티브 크루즈 컨트롤 활성화 시 차간 유지는 정확한 데 반해 차선은 잡아주지 못해 한계가 있다. 조향에 개입하지 않고, 경고를 해주는 수준이라는 점은 향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기자는 이번 시승을 마치고 나서 알티마가 패밀리 세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별도의 옵션 추가 없이 3500만 원(2.5 SL 테크 기준) 가격에 탄탄한 주행 성능과 뛰어난 거주성, 부족함없는 편의 사양들을 두루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편의사양을 중시하지 않는다면 2000만 원대(2.5 스마트 2910만 원)로 낮아지는 가격은 더욱 매력적이다. 아직까지 일본차에 대한 반감을 무시할 수 없지만, 글로벌 베스트셀링 세단이라는 수식어가 알려주듯 알티마가 지닌 매력 자체만큼은 평가절하할 수 없겠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