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대북‧대남 정책 상반돼… “정부, 만반의 준비 갖춰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6‧15 남북정상회담 20주년을 맞았지만 남북은 진퇴양난에 빠진 분위기다. 지난 2000년 6월 15일은 한반도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날이다.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 후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남북이 전쟁을 포기하고 대화로써 통일 문제를 풀어간다는 대원칙이 담긴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르는 동안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문재인 정부에서 (공식 기준) 3‧4차 정상회담이 열렸고, 남북은 그때마다 10‧4 남북공동선언, 4‧27 판문점 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며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이 모두가 첫 남북정상회담의 물꼬를 연 6‧15 회담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반도를 변화시킨 그 역사적 의의는 크다는 평가다.
하지만 평화를 상기해야할 20주년이 무색하게 북한이 무력도발을 예고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노동당제1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에 낸 저녁 담화를 통해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의 죄행을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곧 다음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멀지(머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군사 행동을 시사하며 “다음번 대적 행동 행사권을 군대 총참모부에 넘기겠다”고 위협했다. 앞서도 김 제1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연락사무소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며칠 뒤 첫 단계로 남북 간 통신 차단으로 행동에 옮김으로써 단순 겁박이 아님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남 강경책으로 돌변한 북한과 달리 우리는 어떨까. 당장 범여권에서 부는 바람은 종전 선언 촉구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 등 범여권의 국회의원 173명은 20주년을 맞는 15일을 하루 앞두고‘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다고 알렸다. 또 당사국인 남·북·미·중이 종전선언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기념일인 당일(15일)역시 여당에서는 “남북 관계를 풀려면 오직 신뢰와 인내밖에 없다”며 우리부터 정상 간 합의를 이행하고, 일관성 있는 교류 재개 정책을 통해 경색 국면을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진행한 최고위를 통해“4‧27 판문점선언 등 가능한 것은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국회가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미국은 남북관계 발전을 도와야 한다”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이 조속히 재개되도록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남북 간 정책이 상반된 온도차를 보임에 따라 한반도 정세를 우려하는 시각과 함께 현실적 대북 정책 해법은 굴종이 아닌 군사도발이 예고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DJ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군사도발 예고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걱정하며 “북한 내부가 국정 리더십으로 인해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청와대는 24시간 비상체제에 들어가야 하고 특히 NSC와 국정상황실은 국방부와 한미연합사등과도 긴박한 대응체계를 논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전군지휘관들의 비상회의를 소집해서 이에 따른 대응전략 마련에 착수하고 한미연합사령관과도 긴급회동을 열어 북한의 대남군사도발을 강력히 억지하고 저지하는 대응전략을 숙의해야 한다”며 “분명히 말하지만 북한이 허튼 망상으로 대남무력도발을 자행할때 한미연합동맹군은 즉각 북한의 도발에 가차없는 반격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여정이 인민군에 넘겨준 대적행동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지만, 서해상 군사도발이나 군사분계선에서의 국지적 도발 등을 예상할 수 있다”며 “굴종적 평화 방침이 지속된다면, 북의 대남 군사도발에 과연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 된다”고 말했다. 15일에는 “DJ는 서해교전시 단호한 대처로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켰고 그 다음해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단언컨대, DJ가 살아있다면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북핵 정책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지금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 남북관계 좋아지겠지 하는 요행심은 자칫 나라를 큰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며 “북한이 도발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국론 결집해 단호히 대응해야 할 때이다. 그래야 남북관계 개선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5일 북의 도발 예고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일환으로 평양 특사 파견을 촉구해 관심을 모았다. 안 대표는 15일 최고위에서 “대통령의 침묵이 계속된다면 북한의 협박은 현실이 될지 모른다. 북한의 진의가 미국과의 우월적 협상과 핵보유국으로 가기 위한 명분 쌓기인지, 경제난 심화에 따른 체제단속인지, 북한 권력 내부 변화의 수습과정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외교라인과 대북라인을 총동원해 평양특사 파견을 추진해야 한다. 저도 정부가 요청하면 특사단의 일원으로 갈 용의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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