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아니, 나선 것처럼 보입니다.
민주당은 최근 다주택 소유 고위공직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습니다. 우선 윤재갑 의원은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다주택 공직자가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들의 승진과 임용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신정훈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다주택 고위공직자가 60일 안에 다주택 상태를 해소하지 않으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일반 다주택자 국민에게는 집을 팔라고 압박하면서, 정작 고위공직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이런 법안들을 보고 있자니,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발의한 의원들은 정말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것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굳이 헌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권을 제한당하거나 형사처벌을 당하는 건 상식 밖의 일입니다.
실제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집 안 판다고 형사처벌을 한다? 혁명을 해서 헌법을 고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며 “법 만들어봤자 헌재에서 위헌 판정 받을 텐데, 여기가 시장경제라는 걸 깜빡 잊은 모양”이라고 비꼬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법을 만드는 권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오히려 국민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죠. 그럼에도 이들이 ‘어차피 통과되지 않을 법안’을 내놓는 건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집값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집값이 계속 뛰는 건 다주택자 때문이다’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거죠.
국민들이 분노하는 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집값 탓에 결혼조차 미루고 어쩔 줄 모르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아예 결혼을 포기한 사람들도 수두룩합니다. 이미 가정을 꾸린 사람들조차도 몇 달 새 1~2억 원씩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직장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국민의 분노를 돌리기 위해 헛된 법안을 발의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정권을 잡은 지 어느덧 3년을 넘긴 정부라면, 177석의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라면 마땅히 현 상황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통과될 리 만무한 ‘다주택자 공무원 승진 제한법’이나 ‘다주택자 공무원 처벌법’을 만들어 국민을 기만하는 게 아니라요.
어떤 정부도 실수할 수 있습니다. 의도와 다른 결과로 국민을 고통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국정 또한 신이 아닌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진심어린 사과와 대안의 모색입니다. ‘정권 재창출’ 이전에 ‘국민의 안녕’을 먼저 생각하는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간절히 바랍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