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신원재 기자]
한국외대를 졸업한 임수경은 1989년 6월 '평양세계청년학생축전' 참석을 명분으로 입북해 김일성을 만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 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1992년 가석방,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복권됐다. 임수경은 2000년에는 이 '밀입북'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해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최근 심의에 착수했다고 한다.
1987년 6월 항쟁에서 국민들이 쟁취한 민주화를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권력으로 가는 디딤돌로 이용했다. 학생운동이 마치 금배지를 다는 지름길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많은 운동권 출신들이 지난 정부 시절 정치권력으로 들어 갔다.
대표적인 예가 이석기다. 이석기는 간첩활동 혐의로 실형을 받은 후 노무현 정권에서 두 번이나 특별사면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민혁당 핵심 간부로 활동해 2002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또, 김재연은 최근 KBS 뉴스에 출연해 "북한의 체제를 거부한다면 그건 전쟁하자는 이야기 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도발해 오더라도 평화를 위해 참아야 한다는 말이냐'고 묻자 "(북한에) 맞불을 놓으면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한의 3대 세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체제 인정과 통치 권력 승계는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친북 인사냐, 주사파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아니다"거나 "주사파와 종북파가 뭔지조차 잘 모르겠다"고 했으나 그는 민족해방(NL)계 운동권 출신으로 분류된다. 김재연은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국회 기습시위를 주도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최근 몇몇 종북좌파의 막말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한반도 북쪽의 독재자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상을 쫓는 세력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그들의 가슴에는 자유민주주의는 없고 오로지 주체사상뿐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오죽하면 진보인사들 사이에서도 종북좌파를 꼴통들이라고 부르겠는가.
진정한 진보는 무엇인가? 한반도에서 진정한 진보가 되려면 북한과의 관계는 분명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 땅의 진보는 없다. 주체사상을 옹호하고 폐쇄적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을 내정간섭이니 상관하지 말자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중앙일보(2012.5.18 종북좌파는 진보 아니다)에서 진보와 종북의 차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물론 절대적인 해석은 아닐 수도 있지만 눈여겨 볼 만하다.
이 대목에서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부족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금배지를 나눠 준 정당에 대해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경솔한 공천이 19대 국회 개원 전부터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게 마땅하다.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고 기대했던 민주화는 어떤 것인가? 시민들이 피 흘려 쟁취한 직선제는 재야세력의 분열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6ㆍ29 선언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희망에 다시 불을 붙여 절차적 민주주의를 성취했고 군정종식과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그리고 이제는 민주화의 탈을 나눠 쓴 또 다른(?) 사람들이 전면에 나타나 6월 항쟁에서 국민들이 쟁취한 민주화를 왜곡하고 있다. 민주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통합진보당은 지금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줘야하는지 고심해야 한다. 국민들이 그들에게 느끼는 불안함을 해소시킬 수 있다면 정권창출도 차순위로 미룰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북한에서도 반주체사상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쪽은 정치적 대립과 충돌로 인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국민들의 가슴에 가득하다. 이게 바로 북한이 바라는 남남 갈등 아닌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가를 흔들고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래야만 잊혀져 가고 있는 민주화 쟁취 정신과 기억으로 국민의 열망만이라도 건져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19대 국회가 색깔과 이념 논쟁으로 변질돼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종북좌파 보좌관들까지 등록하기 시작하면 국회에서 '머리끄덩이녀'가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 그들이 곧 제2의 이석기, 김재연 그리고 임수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희생으로 쟁취했던 절차적 민주주의의 틀을 좌파세력이 송두리째 뭉개버린 것도 모자라 다시 ‘학생운동정신’을 앞세우며 국민을 희롱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종북논란의 중심에 있는 의원들에 대해 출당과 제명, 사퇴하라 할 것이 아니다. 그들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유명 연예인들도 자신의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면 눈물을 흘리며 국민에게 사과하고 조용히 무대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꽤나 오랜 시간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
이제 2001년 정치판에 뛰어들 것을 결의한 그들만의 기억인 '군자산의 약속'은 실패해야 한다. 민주적 정당정치 절차를 무시하면서 제도권 정치에 뛰어든다는 생각부터 모순이다.
요즘 오히려 민주화의 주된세력은 잊혀진 느낌이다. 4ㆍ19때부터 개인적인 희생을 한 80대의 민주화 인사는 자신의 행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며 겸언쩍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