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난해 말 해외파생상품 신탁수수료 3300억…올해 상반기는 2200억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해외 파생상품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 2017년부터 5년째 손실을 보고 있지만, 증권사는 해외파생상품 거래수수료로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파생상품 투자손실은 2770억 원에 도달했다. 투자자들의 해외 파생상품 투자 손익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2244억 원 △2018년 -7823억 원 △2019년 -4159억 원 △2020년 -1조 2203억 원이었다.
파생상품이란 주식, 채권, 원자재, 통화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 기초자산의 가치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을 뜻한다. 이 중 해외파생상품은 해외선물·옵션 같은 투자상품으로, 전 세계 주요 거래소에 등록된 지수나 원자재 선물 상품을 거래한다.
해외선물·옵션 등은 거래량이 많고 변동성이 큰 특징을 지니며 짧은 기간에 이익과 손실을 얻기 쉬운 구조로, '초고위험' 상품에 속한다. 예를 들어 'e-mini 나스닥 100'을 1만4900포인트에 5계약 매수해, 1만4800포인트에 팔았다면 지수는 100포인트 움직였지만, 해외선물 투자 손익은 '가격 변동폭*거래승수*계약수'로 계산되므로 손실액은 1만 달러(100*20*5)가 된다.
해외파생상품이 '초고위험'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파생 거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 파생 거래는 2017년 2168조 원에서 매년 증가하다가 지난 해에는 2017년 대비 세배 이상 늘어난 6580조 원이 거래됐다. 또한, 올해 1~8월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파생상품 거래금액은 약 5144조 원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 확산으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해외로 눈을 돌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파생거래가 늘어난 또 다른 원인으로 증권사의 '공격적 마케팅'이 꼽혔다. 증권사들이 증거금을 낮춰 개인들의 선물거래 문턱을 낮추거나, 수수료를 할인해주면서 고객을 끌어들였다는 뜻이다. 일례로 메리츠증권은 지난 1일부터 연말까지 해외선물옵션 계좌 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힌 바 있다.
증권사가 수수료, 증거금을 낮추면서까지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해외 선물·옵션에서 나오는 수수료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 14곳의 해외파생상품 수수료 이익은 3300억 원대를 돌파했고, 올해 상반기(6월 말)에는 2200억 원대를 넘어섰다. 특히 키움증권은 해외파생상품으로 가장 많은 수수료를 거뒀다. 지난해 키움증권의 해외상품 수탁 수수료는 1263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71%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수수료·증거금 인하로 해외파생상품 거래고객을 유치하려는 증권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에게 파생거래를 광고하는 건 도박판 하우스(관리자)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들에게 해외파생거래를 권장하는 것은 투자자를 합법적 도박장으로 내모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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