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신원재 기자]
<486 아날로그>는 내가 한 없이 고민하던 시절 노트에 긁적였던 흔적이다. 방구석을 정리 하다 찾게 된 노트 속에는 그 시절 나를 힘 들게 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 시절의 고민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을 해봤다. 지금은 추억이 돼 버린 그때의 고민들을 늘어놓고 독자들과 함께 해봤다. <편집자 주>
女 死
봄 빛이 땅 끝을 스친 오후
먼 데 길 잃은
바람 한 묶음
연약한 꽃잎 하나를 날린다.
허공에 맴도는 작은 흔들림
흔들리는 슬픈 자욱은
흩어지는 눈길을
무겁게 속삭이고
빛 잃은 저녁놀 물들 듯
바리한 미소만 남겼다.
눈가에 얼룩져 버린 想念은
이슬을 떨구는
풀잎처럼 흔들리고
깜깜한
밤하늘처럼 헤매인다. 91년 5월 어느날
詩를 읽으며…
1991년 복학생이던 나는 학교 안에 설치된 분향소를 보게 됐다. 영정 사진 속에 있던 그 얼굴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너무도 참한 얼굴이었다. 숫기없는 나 조차도 길거리에서 만나면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은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그의 이름은 김귀정.
1988년 성균관대 불문학과에 입학한 김귀정은 1991년 5월 25일 범국민대회에 참가했다가 대한극장 부근에서 강제진압에 의해 숨진 것이다.
세상이 불신과 덧없는 희생, 민주와 파쇼가 공존하던 시기가 아마도 그때였던 것 같다.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다. 죽음과 맞바꾼 용기는 무엇이었을까? 죽음과 기약하기 어려운 희망이 교차하면서 들게 되는 생각에 궁금증이 앞섰다.
당시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이의 생각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선배와의 학회활동이나 세미나에서보다 술잔을 부딪치면서 더 많은 답을 얻을 수 있었다.
6월 푸르른 하늘 밑에서 김귀정이 좋아했다는 ‘랭보’의 詩가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