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최연소 김포군수, 인천시 서구청장, 김포시장 재선과 인천시장, 17~19대 3선 국회의원, 이명박 정부 시절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박근혜 정부 시절 안전행정부 장관까지. 1994년 정치 입문 후 27년간 다양한 정치 경력을 쌓아온 유정복 전 인천시장이다. 그런 그가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에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했다.
그가 윤 캠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2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은 유정복 전 인천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연 주제는 ‘대한민국 정치 현실과 과제’다.
27년 경력의 정치인이 말하는 선거와 공천
총 27년의 정치 경력을 쌓는 동안 그가 마주한 대한민국 정치 현실은 어땠을까. 우선 유 전 시장은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한국 정치에서 선거를 결정짓는 변수는 바람, 구도, 인물, 정책 또는 공약 순입니다. 바람이 강할 때는 나머지 변수는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구도가 중요합니다. 이마저도 없다면 그제야 인물입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정책을 가장 우선한다고 합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서울·인천·경기·강원 4개 시·도 광역단체장은 100% 한나라당 당선이었습니다. 어떤 지역은 후보가 등록 후 사망해 투표 시 무효표가 된다고 고지했음에도, 한나라당이라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2018년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승리였습니다. 이처럼 선거에 바람이 불면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없다면 구도가 중요합니다. 1987년 YS, DJ, JP 등 3김이 모두 나와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1997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인제의 경선 불복으로 이회창-이인제 구도가 형성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그렇게 그는 때로는 바람을 타고, 때로는 여야 구도에 의해, 때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인물을 내세우며 27년의 정치 경력을 쌓았다. 그는 그중에서도 공천 문제를 언급하며, “어느 지도부든 공정하게 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역사가 공천”이라 말했다. 그는 “어느 사람이 당 대표를 하고, 어떤 사람이 지도부에 형성되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도자의 조건…尹은 文을 넘을 수 있을까?
유 전 시장은 한국 정치가 낙후될 수밖에 없는 여러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책임은 정치인에게 있다고 봤다. 그는 정치 지도자의 조건으로 ‘통합’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을 ‘편 가르기’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도, 외교·안보 정책의 잘못도 아닙니다. 사실 정부 운영에서 일부 정책 실패는 있을 수 있으니까요.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시켜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편을 갈라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들을 배제하는 진영 논리를 펼쳤습니다. 이러한 편 가르기가 정치를 후퇴시켰습니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당적을 벗어난 대통령’을 내세웠다.
“물론 정당은 선거를 통한 권력 쟁취가 목표며, 당의 이념을 국정 운영에 반영하는 것이 정당 정치입니다. 하지만 진영 논리에 매몰되는 정치 현실을 극복하려면, 당선 이후에는 당적을 떠나 국민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진영 논리에 의해 국가 권력을 사적 소유물로 인식하면 국민이 불행해집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그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유와도 연결됐다. 그는 이후 질의응답을 통해 “윤 후보가 정치 경험이 미천하고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적어도 윤 후보가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희망의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윤 후보가 돼야 한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남북문제, 양 진영 모두 좋은 정책 방향 아냐”
끝으로 그는 남북문제와 관련해 진보·보수 양 진영 모두에게 일갈을 가했다. 그는 “우리 당처럼 북한을 아예 적대적 관계로 보거나, 문재인 정부처럼 너무 북한 중심적인 대북 관계를 유지하는 것 모두 좋은 정책 방향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남북문제는 중요한 안보 문제로, 국제 관계를 전제로 풀어야 한다”며 “북한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때 남북 평화 모드가 아닌 긴장 모드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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