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 장기화 국면에 리스크 여전…성년후견 심판 소송 해 넘겨
노조도 등돌리는 조현범 체제?…총파업 후유증에 내부 불만 여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이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회장으로 승진, 본격적인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조 사장과 경영권 갈등을 빚어 온 한국타이어家 형제들 중 유일하게 회사 경영에 참여했던 조현식 부회장마저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원톱' 굳히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만 가족간, 노사간 갈등이라는 대내외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어, 경영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조현식 부회장 물러나는 한국앤컴퍼니…회장 승진한 조현범 친정체제 확립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는 지난 22일 조현범 사장의 회장 승진을 포함한 그룹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해당 인사는 내년 1월 1일부로 적용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인사로 조양래 회장 차남인 조현범 사장이 그룹 회장직까지 물려받으며 경영권과 회사 장악력을 공고히 했다는 데 있다. 지난해 조현범 사장에게 보유 지분 전량(23.59%, 블록딜 거래)을 물려 준 조양래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고, 조 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 온 친형 조현식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나게 됐다.
일각에서는 조현범 사장의 유일한 견제 장치로 여겨졌던 조현식 부회장이 스스로 용퇴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지난 4월 경영권 분쟁의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 조현범 사장과의 불편한 동거를 어렵게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차남만 몰아준 경영 승계에 집안 싸움 ‘골치’…성년후견 심판, 장기화 국면
물론 조현범 사장 입장에서는 독자 경영 체제를 온전히 구축했음에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형제들을 소외시킨 채 진행된 경영 승계로 인해 잡음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조양래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녀 조희원 씨가 제기한 성년후견 심판은 조현범 체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특히 해당 성년후견 심판 결과에 따라 조양래 회장-조현범 사장 간의 지분 매매 거래가 무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조현범 체제에서의 가장 큰 경영 리스크인 셈이다. 현재는 지정 병원들의 조양래 회장 정신 감정 거부로 관련 소송이 장기화 국면을 맞았다.
최근 법원은 소송 당사자들간 각자 전문가 의견을 받아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기타명령을 내렸지만, 조희경 이사장 측이 정식 절차를 거친 합리적 판단을 요구하고 나서 재판은 해를 넘겨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조희경 이사장 측 대리인은 "처음 촉탁을 보낸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도 코로나 때문에 정신감정이 어렵지만 정확한 평가를 위해 입원감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었다"며 "감정절차가 정식으로 이뤄진 후에 법원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전했다.
조현범 체제 당면과제는 노사갈등 봉합…총파업 후유증에 내부 불만 여전
가족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조현범 원톱 체제는 회사 구성원들의 지지마저 얻지 못하는 눈치여서 불안감을 높인다. 최근 한국타이어 노조 총파업으로 드러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이를 방증한다.
58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세울 정도로 원만했던 노사 관계는 지난해 임금 동결을 기점으로 곪아터졌다. 당시 조현범 사장은 보수 10억7000만 원(동결) 외 △3년치 장기성과급 10억9700만 원 △단기성과급 4억1200만 원(73.8% 증가)을 수령, 주머니를 두둑히 채운 것으로 확인된다.
노조는 5년새 2~3%대의 낮은 임금 인상과 임금 동결로 불만이 고조됐던 상황에서 올해만큼은 제 권리를 찾겠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고, 이는 파업 찬성률 94%로 증명됐다. 물론 24일간 내리 지속된 노조 총파업은 하루에만 1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회사에 안겼고, 노조원들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 등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겼다.
결과적으로 노사는 각자 주장했던 10%, 5% 인상안에서 6% 접점을 가까스로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내부 불만을 잠재우진 못했다는 평가다. 일례로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노조위원장의 해임 안건을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조합원 찬반 투표없이 임단협을 직권 처리,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게 그 이유다.
당장은 한국타이어의 노사 갈등이 임단협 타결과 조업 재개로 표면상 일단락된 모습이지만, 향후 노조 내부에서의 강한 반발이 사측에 부담을 지속 안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조현범 회장 체제에서의 노사갈등 봉합과 거래선 회복 등이 당면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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