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신원재 기자]
<486 아날로그>는 내가 한 없이 고민하던 시절 노트에 긁적였던 흔적이다. 방구석을 정리 하다 찾게 된 노트 속에는 그 시절 나를 힘 들게 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 시절의 고민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을 해봤다. 지금은 추억이 돼 버린 그때의 고민들을 늘어놓고 독자들과 함께 해봤다. <편집자 주>
첫사랑
사랑하는 그대에게!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보기도 오래간만이구나.
나의 목에 맹목(盲目)을 걸고, 앞으로 혹은 겉으로
흔들려 돌 때
그처럼 무모한 것도 없더니
그 맹목이 씨앗이 되어 어느덧 여물었구나.
아뿔사! 사랑이 되었구나.
너의 가느다란 손목에 이끌려
숲으로, 구름 속으로 다 식은 커피 향 속으로
깊은 밤으로 기어들어 하루, 이틀 보내고
이른 봄 새 움이 만남이고,
한 여름 소나기가 행복이고,
겨울 눈 내림이 이별인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우리는 왜 몰랐는가.
엊그제 슈퍼 앞을 지나쳤을 때
그것이 만남이고, 행복이고, 이별이었더라
내가 다시 너의 이름을 불러
언제 우리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사랑하는 女人이여
사랑했던 그 사람이야. 1987년 어느날
詩를 읽으며…
1990년대의 첫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최근 인기를 끌었다. 여주인공 역시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시절(1980~90년대)을 겪었던 한 사람으로서 기억을 되살려 주는 것에 고마움까지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아련한 첫사랑에서 이미 사랑의 결실로 결혼한 사람도 주위에 많다. 처음의 사랑으로 삶을 살아 가지만 다들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딸아이의 생일 선물을 사주고 싶어 노점상 가판에서 수없이 들었다 놨다 했던 목걸이 티셔츠를 기억하는 아비의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첫사랑이야말로 애틋함이 제 맛이다. 너무 잔인한가? 첫사랑 만큼이나 애타게 했던 시대에 대한 기억은 더 잔인했다.
‘타는 목마름’이라 했던가? 이제 첫사랑처럼 추억으로 남는 통과의례는 차분하게 내려놓고 잔인한 시대의 발자취는 지워졌으면 한다.
필자가 1980년대 후반에 앓았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은 독자들에게 상상력으로 넘겨주고 시대의 아픔이었던 우리 모두의 일은 올해 안에 제대로 마무리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