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에어’ 오명 쓴 진에어…발묶인 승객에 ‘미숙한 대처’ 씁쓸 [편슬기의 니편 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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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에어’ 오명 쓴 진에어…발묶인 승객에 ‘미숙한 대처’ 씁쓸 [편슬기의 니편 내편]
  • 편슬기 기자
  • 승인 2023.08.23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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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 지난 20일 삿포로 치토세 공항서 최대 22시간 지연 발생
늦은 안내·미숙한 대처로 승객들 ‘불만 폭발’…‘지연에어’ 오명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기업들의 PR 활동이 활발한 시대다. 새로운 서비스, 제품 출시부터 각종 선행과 기부 소식은 단 몇 분이면 온 매체와 커뮤니티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기업 중심의 일방향적인 소통은 큰 호응을 얻기 힘들다. 소비자의 시선으로 들여다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이에 칭찬할 점이 있으면 마땅히 ‘편’ 들어주고, 잘못했다 지적할 점은 풍자와 유머를 곁들여 날카롭게 찌르자는 취지로 [니편 내편] 코너를 준비했다. 코너명의 '니(너)'는 본래 '네'로 표기해야 하지만 친근함을 위해 니로 표현한다. 〈편집자 주〉

항공기 연착 및 지연 등의 사고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다만 항공사의 대처가 어떠냐에 따라 승객들의 반응이 극과 극을 달리곤 한다. ⓒ 픽사베이
진에어 항공기 지연 대처를 둘러싸고 잡음이 빚어지고 있다. ⓒ 픽사베이

여행 중 항공기 연착 및 지연 등의 사고는 드물지 않게 일어나곤 한다. 오죽하면 외항사 피치항공의 경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피치항공은 피치 못 할 경우에만 타라“라는 말이 농담처럼 따라붙었을 정도다.

태풍과 같은 기상 상황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항공기 엔진이나 부품 결함 등으로 인한 사유도 많다. 다만 밥 먹듯 자주 발생하는 사고는 아니다 보니, 항공사의 대처가 어떠한가에 따라 승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리곤 한다. 

보통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항공사 측에서 식사권을 지급하거나, 지연이 길어질 경우 숙박까지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 20일 발생한 진에어의 삿포로발 LJ232편(B777) 지연 사고는 항공사의 미숙한 대처로 잡음을 빚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승객 362명을 태우고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진에어의 LJ232편에서 기체 결함이 발견됐다. 점검 결과 현지 공항에서는 조달할 수 없는 부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명 나면서, 출발 지연 시각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인천에서 대체편을 통해 부품을 치토세공항으로 가져오기로 했지만, 그 사이에 정확한 지연 사유와 소요 시간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진에어는 오후 1시경 기다리다 못한 승객들의 1차 항의가 이어지자 공항 푸드코트를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식권을 배포했다. 하지만 이미 탑승 게이트 안으로 들어온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진에어 측은 오후 2시 30분이 지나서야 지연 사유가 엔진 결함임을 알렸고, 이때 부품 공수와 수리까지 모두 5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안내가 이뤄졌다. 그러나 부품을 싣고 도착 예정이었던 한국발 항공편이 연착을 거듭하며 오후 8시가 넘어서도 도착하지 않았다. 

승객들의 분위기가 점차 험악해지자 치토세공항 일본 지상직 승무원이 공항경찰을 불러 경호를 세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진에어 측은 자사와는 관계없는 조업사 직원의 판단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당시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은 이들의 대처에 크게 실망했을 터다. 네이버 여행 카페 등에서 진에어 삿포로 치토세공항 연착 사건에 대한 불만의 글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진에어의 사명을 ‘지연에어’라 부르는 이들까지 눈에 띈다.

발이 묶인 승객 중 32명은 에어부산 여객기로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에 나뉘어 도착했다. 대체편에는 362명의 예약된 승객 중 182명이 탑승해 치토세공항을 떠났다. 남은 이들은 정비를 마친 기존 항공편에 몸을 싣고 공항을 떠날 수 있었다. 당초 예정된 것보다 짧게는 12시간에서 길게는 22시간이 넘게 출발이 지연됐다.

항간에서는 B777 기종이 대형인 탓에 진에어가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기종은 탑승 인원은 많으면서 대체 항공편이 부족해 한 번 지연이 발생하면 장시간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비와 부품 공수도 모두 대한항공이 맡고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진에어 측은 “애초에 해당 기종은 대한항공이 정비를 맡고 필요한 부품을 공수하는 형태로 계약이 됐다”고 했다.

보상과 관련해서는 “2차로 탑승한 승객들의 계좌 정보를 모두 접수했으며, 1차의 경우 현장에서 정보를 받지 못 해 직원들이 통화를 거쳐 확인 중인 상황이다. 천천히 기다려주면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아쉽고 안타깝다. 승객들의 소중한 시간과 추억이 마지막 한 순간으로 인해 낭비되고 얼룩진 것도, 갑작스러운 항공편 이상으로 수습에 진땀을 뺐을 진에어 직원들의 처지 역시 그렇다.

하지만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못 했다는 점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저비용항공사(LCC)가 실적 고공행진으로 다시금 날개를 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을 타산지석 삼아 ‘지연에어’라는 오명을 벗고 더 높이 훨훨 날아가는 진에어가 되길 바란다. 

담당업무 : IT, 통신, 전기전자 / 항공, 물류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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