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팔라지는 가격 증가세에 유저들 ‘깜짝’…구매 신중 기하는 모습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5만 원으로 게임 전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면 이득이다”
수집형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 콘솔 내지는 PC 게임을 가리켜 자주 하는 말이다. 수십 명의 캐릭터와 일정 주기로 돌아오는 새로운 이벤트들. 성능 좋은 카드나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벤트 카드를 뽑기 위해 돌려야 하는 가챠(뽑기)는 순식간에 유저들의 통장을 텅장(텅 빈 통장)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일상다반사니 말이다.
기자 역시 온라인이나 PC 게임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뛰어난 그래픽, 몰입력 강한 스토리에 빠져 메인 퀘스트를 깨고 엔딩을 보기까지 게임당 최소 30시간에서 6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보조 퀘스트까지 전부 완료하면 걔중엔 100시간이 넘게 걸리는 게임도 있다.
개발자들이 마련한 퀘스트들을 모조리 완료하고도 게임 속에는 여전히 즐길거리가 남아 있다. 실제처럼 구현된 가상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맵 구석구석 숨겨진 이스터에그를 찾거나, 하다못해 단순히 풍경을 바라보며 걸어 다니는 것도 하나의 콘텐츠다. 5~6만 원이라는 가격과 플레이 시간을 비교해 보면 정말 가성비 높은 취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게임의 가격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5만4800원이 6만6000원으로, 다시 순식간에 7만9800원이 됐다가 이젠 8만 원을 넘는 게임도 심심찮게 확인된다. 기술도 발전하고 물가도 오르니 게임 역시 비싸질 수 있다는 의견에는 공감한다.
다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격 이전에 소비자들 앞에 내세울 수 있을 만큼의 퀄리티를 갖추고 있느냐다. 상품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일정 수준의 품질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신작들은 매대에 올려놓기엔 뭔가 아쉬운, 미완성작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과거에 재밌게 플레이했던 게임들에 비해 최근 신작들은 가격은 비싸고 완성도는 부족하다. 어딘가 엉성하다 못해 게임 진행에 방해가 되거나, 아예 플레이를 하지 못 할 정도의 치명적인 버그도 종종 발견된다.
일례로 올해 2월 10일 발매된 호그와트 레거시의 경우, 게임을 실행하면 검은 화면만 떠서 게임을 시작할 수도 없었던 것을 비롯해 일정 퀘스트를 진행하다 게임이 강제 종료되거나 특정 맵 구간에서 세계 바깥으로 계속 추락하는 버그 등으로 유저들에게 큰 불만을 샀다. 하이엔드급 PC에서도 렉이 걸리거나 프레임 비트 드랍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최적화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또한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마련된 월드맵은 넓은데, 안에 배치해 놓은 요소들은 마치 구멍 난 듯 듬성듬성하다. 호그와트 내부와 호그스미드 구현도는 해리포터의 팬이 보기에도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오픈월드’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지나치게 성의가 없었다는 인상이다.
최근 플레이 중인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오더’의 후속작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도 최적화 이슈 꼬리표가 붙어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호그와트 레거시의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램과 그래픽카드를 교체했는데, 제다이 서바이버의 경우 최적화 문제로 인해 게임이 자주 강제 종료된다. 저장이 돼 있지 않은 때 게임이 종료되면 상당히 골치 아프다.
이렇듯 발매일에 맞춰 구매한 게임들이 하나같이 어딘가 덜 완성된 모양이니 요즘 들어선 좀 뜸을 들여 게임을 구매하는 편이다. 꼼꼼하게 게임 평을 살피고 그래픽이나 스토리, 인터페이스나 조작법 등을 따져 더욱 신중하게 구매하게 된다. 취향이 아닌 경우 하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가격마저 비싸지니 지갑 열기가 조심스러워지는 것.
이렇다 보니 행여 이런 흐름이 번져 자칫 게임 업계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유저들의 불만에 불과한 작은 불씨가 큰 산불로 번지지 않기를, 앞선 걱정이 그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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