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중동전’…최악의 경제 리스크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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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중동전’…최악의 경제 리스크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10.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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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먹구름, 선제 대응 나서야
이란 개입 가능성, 오일 쇼크 대비해야
비상한 각오로 ‘저성장 탈출’ 나서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긴축 장기화 속에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의 먹구름에 휩싸여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충돌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에 국제 유가가 폭등하는 ‘오일쇼크’ 경고도 나온다. 국제 유가가 4% 이상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팔 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넘어 자칫 중동 전쟁으로 비화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 충격이 우려된다. 과다 부채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는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안보든 경제든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이·팔 전쟁을 우리의 안보 태세와 경제 현장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안보·경제 대책을 주도면밀하게 세워야 한다.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대비했을 때 안보·경제 위기 상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중국의 더딘 회복세, 고금리 장기화에 더해 중동전쟁까지 덮치면서 한국 경제의 먹구름도 짙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에서까지 전면전이 터져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직면하게 된다면 한국 경제가 입을 피해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유가가 급등할 경우 안 그래도 꿈틀대고 있는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강(强)달러 현상에 따른 고환율도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높이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정세 불안정으로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면 수출 반등을 기반으로 한 경제 회복 전략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2차 물가파동이 우려되고 있다. 중동 사태는 아직은 국지전적 양상을 띠고 있지만 문제는 이란의 개입 여부다. 만약 이란이 전쟁에 개입해 세계 원유의 20%가 이동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 원유가가 급등, 1970년대의 ‘오일쇼크’와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3고(高) 현상 장기화

‘월가의 큰손’들은 “우크라이나에 이은 중동전쟁 여파로 고금리·고유가·고달러의 3고(高)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를 주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세계 시장이 요동친 데 이어 유가 상승을 부추길 중동 불안까지 덮쳤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가 새로운 근심거리에 직면했다는 외신의 진단 속에 우리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밀히 대응해야 할 때다.

‘원유 저장고’인 중동에서 발발한 이·팔 전쟁의 가장 큰 위협은 국제 유가 상승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 오르면 내년 세계 경제 생산이 0.15% 줄고 물가는 0.4%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우리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9.5%에 이르는 만큼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새로운 불확실성 추가

중동 사태는 향후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국제 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키우면서 소비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 정부는 이·팔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원유 수급 방편을 비롯해 금융·외환시장 등 경제 전반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 경제가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침공, 지정학적 균열 확대 등으로 추진력을 잃은 상황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새로운 불확실성에 추가로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IMF는 “세계 경제는 질주하는 게 아니라 절뚝거리고 있다”면서 내년 세계 경제 성장치를 2.9%로 하향 조정했다. 저성장의 골이 여전히 깊을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 생산국이 아닌 만큼 이들의 무력충돌이 원유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레바논의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분쟁에 가담하면서 확전 우려가 커진 점이 문제다. 특히 이·팔 무력충돌에 이란이 참여한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자칫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지구촌 원유 시장은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석유의 20%를 실어 나르는 요충지다. 2011년 이란에 제재가 가해졌을 때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위협한 바도 있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를 불러왔던 제4차 중동전쟁 때와 달리 주요 아랍 국가들이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언제든 화약고가 될 공산이 크다.

전방위 대비책 절실

정부는 어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원유·가스 도입에 차질은 없다고 밝혔다. 향후 지속적인 유가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할 정부의 자세로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만에 하나 이번 분쟁이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저성장 늪에서 허덕이는 우리 경제엔 치명적인 일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과 금융 불안, 원자재 수급과 수출입 전략 등 전방위 대비책이 절실하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면밀히 강구해야 한다.

한국 경제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당장 9일 국제유가가 5% 가까이 급등해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한국의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9.5%에 이른다. 2021년 60% 밑으로 떨어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시 중동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중동까지 위기에 휩싸이면서 에너지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안전자산 쏠림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던 한국 경제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크게 휘청거렸다.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했고, 물가도 요동쳤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급감하며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고, 에너지 무기화에 따른 공급망 위기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선제적 리스크 대응 필요

최악의 경우 국제 유가가 지금의 2배 수준인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게 현실이 된다면 가뜩이나 저성장과 고물가에 발목 잡힌 우리 경제엔 치명적이다. 이-팔 충돌이 신(新)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내외 위험 요인을 빈틈없이 점검해야 한다. 중동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리스크 대응이 필요하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중동 사태가 이란의 개입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9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급등할 경우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크게 오른 물가에 엎친 데 덮친 격의 직격탄을 날릴 것이다. 외부요인에 따른 물가는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 기준금리도 올릴 만큼 올려 물가당국도 구사할 수단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오일쇼크 발생에 대비해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대비책을 미리 세워놓고 있어야 한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과 무방비로 맞는 것의 차이는 크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가운데 중동에서 전운이 고조되는 위기 상황인데도 민주노총이 또 파업 계획을 밝혔다.

고금리 등 3고의 파고가 커지는 와중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무력 충돌 사태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확대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접고 국민 건강과 경제를 볼모로 한 파업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원점에서 철저한 점검 필요

가뜩이나 최근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옥죄면서 ‘상저하고’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중동발 불안이 장기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장단기 원유 수급 대책은 물론이고 에너지 수입원 다변화 전략, 금융과 외환시장의 리스크, 수출 전략 등을 원점에서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팔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어지럽지만 특정 지역의 분쟁이나 전쟁 때문에 시장 전체를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경제국은 해외 투자자 사이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꼽힌다. 무엇보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석유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경제·산업 구조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 한국이 강점을 갖춘 제품·서비스 시장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 UAE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다른 중동 주요국과의 통상 확대와 협력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경제팀은 비상한 각오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을 옥죄는 규제 사슬 혁파와 전방위 세제·금융·예산 지원 등을 통해 바이오·원전·방산 등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 속도를 높여 경제 회복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비상한 각오로 수출과 고용을 늘리고 지지부진한 성장률을 끌어올려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해야 할 때다.

정치권은 국가와 국민이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만이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하기 바란다. 입이 아플 정도로 당부하고 요구해도 정치인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이니 한심한 노릇이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에 빠져 파업을 일삼는 노조 또한 따끔한 국민의 질책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평소 역사주의와 세계주의를 기준으로 한 집필 경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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