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지분 탐내는 시중은행…속내는?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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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뱅 지분 탐내는 시중은행…속내는? [주간필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5.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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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인뱅 컨소시엄에 우리·신한銀 참여 가능성
국내 인뱅3사 대주주에 국민·우리·하나銀 참여
인뱅 지분투자 통해 수익 포트폴리오 확대 목적
일부 시중銀-인뱅, 전략적 동맹 통한 시너지 기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4대 시중은행 ATM을 이용하는 시민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 ATM을 이용하는 시민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에 이어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출사표를 던진 컨소시엄들 사이에 몇몇 유명 금융사들의 이름이 거론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4대 시중은행 일부도 포함돼 있습니다. 시중은행이 경쟁 상대인 인뱅 출범을 거들고 있는 상황은 얼핏 이상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서 출범한 인뱅3사의 주요주주로 은행들이 참여한 상황을 보면 특이한 일도 아닙니다.

실제로 인뱅3사의 은행지분율을 보면 지난해말 기준 케이뱅크에는 우리은행(12.58%)이, 카카오뱅크에는 국민은행(4.88%), 토스뱅크에는 하나은행(8.99%)이 각각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며 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 3개 은행의 공통점은 해당 인뱅 출범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단계부터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최근 제4인뱅 출범을 앞두고 은행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상황과 판박이죠.

이처럼 은행이 인뱅에 지분투자를 단행하는건 당연히 돈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해 인뱅 지분투자를 통해 은행이 거둬들이는 수익 또는 기대수익이 큰건 아닙니다. 누가 뭐래도 은행권 핵심이익은 ‘이자장사’죠. 하지만 ‘은행이 수익개선 노력보다는 이자장사로 돈을 쉽게 번다’는 식의 정치권과 정부의 눈치와 압박은 부담입니다.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는 발언이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은행이 앉아서 돈을 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현 정부가 얼마나 은행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이에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뿐아니라 다른 수익 창구도 필요해졌습니다. 그게 바로 지분투자죠. 특히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인뱅은 주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흑자 전환 시기가 빨라졌다는 점에서 투자 부담도 적습니다.

국내 첫 인뱅인 케이뱅크의 경우 첫 분기 흑자를 출범 4년만에 이뤘지만,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1년8개월, 2년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냈습니다. 연간 흑자 기준으로도 인뱅의 흑자 전환 속도는 빨라지는 추세입니다.

이에 더해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은행 참여가 사실상 필수적인 상황도 은행의 인뱅 지분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인뱅이라지만 어디까지나 본질은 은행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금융당국은 인가 과정에서 IT기술 외에도 은행이 갖춰야할 기반과 전문성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제4인뱅 출범을 목표로 구성된 컨소시엄들 역시 시중은행들의 참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KCD컨소시엄에 우리은행, 더비즈온 컨소시엄에 신한은행이 각각 참여하는 게 유력한 시나리오입니다. 물론 이들 2개 은행의 참여는 앞서 시중은행의 인뱅 참여와 결이 다소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더비즈온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중인 신한은행의 참여가 확정될 경우 이번이 첫 인뱅 지분투자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습니다. 그동안 인뱅 투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신한은행이 제4인뱅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한다는 건 그만큼 인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리은행의 제4인뱅 컨소시엄 참가 행보 역시 금융권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케이뱅크 지분 12.58%를 보유한 우리은행이 제4인뱅 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 건 국내 인뱅의 절반인 2개 인뱅의 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니까요. 일각에서는 신(新)사업 진출에 진심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새로운 먹거리 발굴 일환으로 제4인뱅 투자를 감행하는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KCD 컨소시엄이 경쟁에서 이겨 제4인뱅이 나오더라도 케이뱅크와 경쟁관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인뱅 투자가 얼마나 수익으로 직결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할 대목이지만 단순 투자로 그칠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우리금융 임종룡호(號)의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이 시너지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제4인뱅 컨소시엄 참여 시도도 그 연장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은행은 물론 하나카드도 토스뱅크와 전략적 동맹을 통해 외환서비스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수익만 놓고 봐도 하나카드가 토스뱅크 체크카드 대행을 독점적으로 맡고 있기 때문에 토뱅의 승승장구는 하나금융에 있어 결코 나쁜 소식은 아닙니다. 우리금융 역시 제4인뱅 컨소시엄 참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시너지 효과 창출을 염두에 둘 가능성은 다분합니다.

결국 은행의 인뱅 출범 참여는 단순히 수익 창구 확보에 머무르던 수준에서 이제는 시너지 창출을 염두에 둔 전략적 동맹으로 보다 확대된 이익창출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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