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또 탄핵 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1987년 체제 이후 선출된 8명의 대통령 중 3명이 임기 중 직무 정지라는 비극적 사태를 맞게 됐다. 아울러 우리 사회는 저출산,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지방소멸 문제를 겪는 중이다. 최근에는 이념, 계층, 정당, 연령, 젠더 등 모든 사회 분야에서 심각한 수준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봤을 때, 현 시대와 맞지 않는 현행의 통치구조를 바꾸기 위한 개헌은 필수불가결해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3일 “지금 헌법 개정을 할 수 있는 적기”라며 “국회 차원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 헌정회는 지난달 ‘정치 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개헌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여야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유의미한 개헌 논의까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 당의 상황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의 경우 윤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오기 전에는 당 차원에서 임기 단축 개헌으로 중론을 모아가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기제 개헌 등과 관련해 ‘대통령 탄핵을 모면하라는 여당의 얄팍한 수’라며 아예 꺼낼 생각 말라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7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헌법 개정 시안을 발표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동시에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안이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 정권교체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개헌안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들이 차기 권력을 잡을 것이라 생각하는 쪽에서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개헌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이번 탄핵 사태는 단순한 특정 정권의 실패를 넘어, 현행 정치 체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를 두고도 정치권이 개헌을 외면한다면,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헌법 개정은 단순히 권력 구조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통치 구조를 마련하는 데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 개헌은 정치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 정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길을 여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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