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 투명하지 못한 ‘구간 산정’에 불만
배달의민족, 오는 4월부터 ‘울트라콜’ 페지
매출상위권 업체, 개편 후 정산금 줄어들기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현호 기자]

도움을 받아 감사할 일이 있어도 상대가 지나치게 생색을 내면 그 고마움은 반감되기 마련입니다. 하물며 도움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일을 가지고 생색만 낸다면, 오히려 미움을 살 수도 있습니다. 최근 배달수수료를 둘러싸고 공방을 펼치고 있는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들 간의 이야깁니다.
최근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배달플랫폼들은 차등수수료 등 개편된 배달비 정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이어져오던 배달수수료에 관한 논쟁을 잠재우기 위함인데요. 하지만 입점업체들은 개편된 요금제가 오히려 영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생색’만 내는 요금제 개편이라는 것입니다.
개편된 배달수수료 요금제를 살펴보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중개료를 기존 9.8%에서 매출 규모에 따라 2.0~7.8%로 낮췄습니다. △매출 상위 35% 이내는 7.8% △상위 35% 초과∼80%는 6.8% △하위 20%는 2.0%로 차등을 뒀는데요. 배달비는 1900~3400원 선으로 적용됩니다.
구간 산정 방식과 중개이용로 부과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3개월간의 배민1플러스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이후 3개월 동안 적용할 상생요금제 구간을 산정하는데요. 반면, 쿠팡이츠는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실제 월 매출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배민은 사전에 정한 수수료가 부과되지만 쿠팡이츠는 사후에 정산된다는 점도 다릅니다.
얼핏 보면 두 회사의 개편된 요금제 정책이 입점업체들의 부담을 낮춰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입점업체들은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운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일부 외식업주를 중심으로 시위와 농성까지 펼쳐졌습니다.
구간 산정 방식에 대한 의문이 가장 크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티니와 카페에서는 “하루에 10건 정도의 배달을 진행하고 있는데 상위 35%다”, “하루에 배민1 기준으로 5만 원밖에 판매하지 않는데 50~80% 구간에 들어갔다”는 등의 글이 올라옵니다.
배달의민족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매출액을 산정하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기준의 적용 수수료를 통보받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속한 구간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확인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조차 힘든 구조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달의민족이 오는 4월부터 ‘울트라콜’ 서비스를 순차 폐지하기로 하면서 업체들의 불만은 더욱 치솟고 있습니다. 울트라콜은 월 8만 원을 내면 원하는 특정 지역의 고객들에게 자신의 가게를 노출시키는 일명 ‘깃발 꽂기’를 통해 음식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액제 광고 상품인데요.
기존에 울트라콜을 이용하던 점주들이 가게배달 방식을 유지하려면 ‘오픈리스트’ 서비스로 전환해야 합니다. 오픈리스트는 주문 건당 6.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률제 상품입니다. 배달의민족이 배달까지 중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수수료는 2%에서 7.8%로 차등 적용됩니다. 울트라콜을 이용하고 있던 업체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배달의민족 측은 울트라콜 폐지에 대해 깃발을 여러 개 구입해야 앱에서의 노출을 늘릴 수 있어 과다경쟁을 초래할 수 있고, 광고 효과도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울트라콜을 통해서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오던 가게들의 존재만으로도 배달의민족 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결국, 자신의 업장에 맞게 원하는 서비스를 적용해오던 업체들의 경우엔 선택권만 하나 줄어든 셈인데요. 정률제로 변경되면서 고정 비용을 내고 노출 기회를 얻던 기존 방식보다 업체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상위 35%에 해당하는 매장의 경우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배달의민족의 개편된 수수료가 지난해 8월 수수료를 인상하기 전보다 오히려 수수료율이 더 높아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인상된 배달비 ‘500원’이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위 35% 가게의 경우, 2만5000원 이하 주문을 받을 시 상생안 적용 이전보다 정산금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수수료 인하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배달료 인상을 통해 업주들의 부담을 사실상 유지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배달 상생안을 통해 만족하는 자영업자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입니다. 상위권의 업체는 수수료율과 배달비의 부담으로 인해, 나머지 업체들은 울트라콜 서비스 종료로 인한 불확실성의 직면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상생(相生)은 서로 상, 날 생이란 한자를 씁니다. ‘둘 이상이 서로 복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감’이라는 뜻인데요. 현재 배달플랫폼들의 상생안은 마치 윗상(上)을 사용해 윗사람들끼리만 잘 살겠다는 표현으로까지 읽힙니다.
배달플랫폼들도 많은 고심 끝에 상생안을 내놨을 것이고, 무조건적으로 입점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수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진정한 상생이 이루어지려면 본인뿐만 아니라 △입점 업주 △소비자 △배달 라이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기준과 균형 잡힌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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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상생안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