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그룹 우군 등판…4300억 부담 덜어낸 신창재 회장
10.46% 추가 인수 필요…최소 4000억 자금 조달해야
교보생명은 1200원 배당…최대주주 경영권 방어 지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재무적투자자(FI)와 풋옵션 갈등으로 경영권을 위협받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해당 지분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 특히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경우 4대 펀드 가운데 2개 펀드가 엑시트(투자자금 회수)한 가운데 나머지 지분을 신창재 회장이 확보할 경우 우호세력 지분을 포함해 교보생명 지분율이 60%를 넘겨 경영권 체제가 보다 확고해질 전망이다.
다만 추가 지분 확보에 최소 수천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라 이미 SPC(특수목적법인) 등을 통해 지분을 매입한 신창재 회장의 부담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창재 회장은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의 결정에 따라 어피니티 컨소시엄 내 남은 지분 10.46%를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앞서 신 회장은 어피티니 컨소시엄(24%) 중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9.05%)와 싱가포르투자청(GIC, 4.50%)으로부터 지분 매입을 완료한 바 있다. 현재 남은 지분은 IMM프라이빗에쿼티와 EQT파트너스(舊 베어링PEA)가 각각 절반씩(5.23%) 보유하고 있다.
해당 지분을 확보하는 데에는 최소 4000억 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신창재 회장은 또다른 FI인 어펄마캐피탈로부터 5.33% 지분을 사들였다. 어펄마가 행사가 풋옵션 행사가는 19만8000원으로 알려져있다. 지분을 교보생명 액면분할 전 주식수로 계산하면 109만2165주로 이를 행사가에 대입하면 2162억4867만원이 된다. 이는 신창재 회장이 어팔마에 지급한 대금액수다. 신 회장은 SPC를 통해 해당 지분을 인수했다.
어피니티와 GIC 지분은 주당 23만 4000원에 SPC에 매각됐다.
어피니티 지분 인수에만 4341억 2850만원이 들었다. GIC 지분까지 합치면 총 6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어팔마 지분 인수에 2000억 원 이상을 들인 신 회장에게 6000억 원이라는 소요자금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큰 부담이던 어피니티 지분을 일본 SBI그룹이 사들이면서 신 회장의 숨통을 트여줬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4000억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신 회장이 SPC를 통해 사들인 지분은 9.83%(어팔마 5.33%, GIC 4.50%)로, 이는 모두 교보생명 지분을 담보로 담은 대출, 즉 주담대를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이뤄졌다. 지분 인수에 들어간 금액은 약 4000억 원이다.
추가로 인수해야 할 지분 10.46%를 주당 20만 원 선에서 정리한다면 소요자금은 약 4300억 원 수준이다. SBI그룹처럼 우호적인 투자자가 붙지 않는 이상 신 회장이 부담해야한다. 어팔마와 GIC때처럼 SPC를 통한 인수 가능성이 거론된다.
즉 주식담보대출로 8000억 원 이상이 조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설립한 SPC는 풋옵션 사태 해결을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SPC에 매각된 지분의 실질적인 인수자는 신창재 회장이다.
해당 법인은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대출가능 최대규모는 1조 원 내외로 알려져있다. SBI그룹이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지 않았다면 필요인수금액이 주담대 규모를 초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SBI그룹의 지원으로 주담대 내에서 FI 보유 지분을 모두 사들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풋옵션 사태가 사실상 해결국면에 들어감에 따라 연신 고배를 마신 기업공개(IPO)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교보생명은 2005년부터 IPO를 추진해왔으나 시장상황, 주요 투자자와의 갈등 등을 이유로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다만 신 회장이 연간 부담해야 할 이자액이 수백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보생명은 지난 6일 현금배당을 결정하면서 최대주주인 신 회장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교보생명 공시에 따르면 이사회는 주당 1200원으로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205억 원 규모로 신창재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등을 고려했을 때 신 회장 측이 받을 배당금 규모는 4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 더해 배당성향이 확대되면 배당금만으로 이자상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배당상향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배당성향 확대 가능성이 향후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대목이다. 또한 풋옵션 사태에서 교보생명 측이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에서 IPO를 진행할 경우 공모가 선정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은 IPO 추진 이전에 M&A 등 외연확장과 아울러 지주사 전환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2000년부터 꾸준히 검토돼왔지만 상장 실패가 발목을 잡으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답보상태였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투자심리 위축 등 시장상황과 최대주주의 FI 지분 인수가 추가적인 이슈로 남아있기 때문에 IPO와 지주사 전환이 동시에 추진되기 보다는 선(先) 지주사 전환 및 외연 확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숙원사업인 상장과 지주사 전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FI와의 갈등이 해결국면에 들어간 만큼 추가적인 포트폴리오 확대 등이 예상된다”면서 “다만 IPO에서 여러번 고배를 마셨던 만큼 기업공개 과정은 신중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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