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석 “한국 정치, 전쟁과 이념 논리 횡행…3당 합당 의미 되새겨 봐야”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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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석 “한국 정치, 전쟁과 이념 논리 횡행…3당 합당 의미 되새겨 봐야” [현장에서]
  • 유경민 기자
  • 승인 2025.04.01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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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석 작가(前 신동아 기자)
“3당 합당, 권력욕 산물 아닌 새로운 정치 질서를 간파한 전략적 승부수”
“현재 시점에서 필요한 건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 내는 큰 리더십”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경민 기자]

고재석 작가가 1일 김영삼 도서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고재석 작가가 1일 김영삼 도서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12·3 계엄 이후 대한민국은 탄핵정국으로 극심한 국정 혼란과 국정 분열 현상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반을 두고 여야 각각 ‘탄핵 기각’과 ‘즉각 파면’ 등 강성 지지층들만 바라보면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재석 작가는 1일 동작구 김영삼 도서관에서 진행된 김영삼 대통령 기념재단 주최 특강에서 “현재 한국 정치에서는 전쟁과 이념 논리가 횡행하다. 극단이라는 표현이 일상이 되면서 타협과 대화는 너무 멀어진 일이 됐다”며 “오늘날의 관점에서 3당 합당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당 합당은 당시 여당이던 민주정의당과 야당인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해 200석이 넘는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이 탄생한 사건을 말한다. 

고 작가는 “3당 합당의 목적이 무엇이었든, 그 자체가 가진 의미는 분명하다”며 “초당적 연합정치의 본질은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도 대의를 위해 뭉치고, 때에 따라 내부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비록 3당 합당의 주역들은 훗날 서로 찢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파를 획득하기 위해 세 개의 큰 세력이 뭉쳤다”고 전했다.

이어 “YS가 민주자유당을 만들고 신한국당으로 바뀐 후 집권하면서 이룬 민주화의 가치는 3당 합당의 초당적 연합 정치가 실제 정치에서도 좋은 명분으로 작동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며 “3당 합당은 단순한 권력욕의 산물이 아닌 새로운 정치 질서를 간파한 정치 지도자의 전략적 승부수라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권 일각에서는 3당 합당 이전의 YS만 민주화 투사로 인정하겠다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는 적절한 역사 인식이 아니다”라며 “3당 합당을 발판 삼아 1992년 대선에서 승리한 YS의 공과는 모두 민주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중 상당수의 일은 집권 초기에 이뤄지는데, 집권 후 청사진이 이미 준비돼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이 대표적”이라며 “3당 합당을 통한 집권이 아니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이라고 전했다. 

고 작가는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 공개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만들어진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겠다는 목적에서 단행됐고, 전두환‧노태우 구속은 ‘성공한 쿠데타도 합법적으로 단죄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며 “바로 이 대목에서도 김영삼의 3당 합당이 그 자체로 목적은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권력을 잡아서 해야 할 일을 위해 택한 선택지 중 하나, 즉 그 자체가 수단이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지금은 진영논리와 이념 투쟁이 일상이 됐고, 주말마다 거리에서는 각종 정치 구호와 깃발이 나부끼며 세 대결 양상이 벌어진다. 극단의 시대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라며 “견제와 균형, 법치 등의 민주주의적 가치도 흐릿해졌고, 관용이나 타협은 부재하며, 정치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를 조정할 큰 정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 보니 교착 상태만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현재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 내는 큰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며 “3당 합당의 의미도 바로 그 점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시대의 많은 정치인이나 평론가 그리고 학자들이 마치 돌림노래처럼 3당 합당의 의미를 깎아내리지만, 어쩌면 우리는 3당 합당의 시대보다 더 퇴보한 정치 환경에 놓인 건 아닐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정치에서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지만, 무엇을 이뤄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누구와 함께하느냐’를 넘지 못해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면 YS의 결단을 깎아내릴 수 있겠지만, YS가 그런 집권 전략을 통해 집권 후에 마스터 플랜을 이뤄냈다면 그 자체로, 역사적으로 굉장히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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