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입네다˝ 옛말, 포인트·앱카드 해킹…다양해진 금융사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검찰입네다˝ 옛말, 포인트·앱카드 해킹…다양해진 금융사기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01.17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의 개인정보 안녕하십니까?②>정밀해진 개인정보, 조직적인 사기 방법…날아다니는 사기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지난 7월 이 모 씨의 통장에서 1억2000만 원이라는 거금이 300만 원씩 총 41차례에 걸쳐 각기 다른 통장으로 빠져나갔다. 경찰은 두 달을 매달렸지만 결국 범인은 커녕 정보가 유출된 경로조차 찾아낼 수 없었다.

#지난 10일 해외 게임사이트에서 수백 건의 국내 신용카드 결제가 발생했다. 이 카드들은 모두 불법 도용된 것으로 카드사 구분없이 무작위로 발생했다. 일부 체크카드는 결제로 이어져 수백만 원 상당의 돈이 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은 이번 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자금융사기가 범인을 잡을 수 없을 만큼 고도화되고 전문화됐다. 게다가 사건 수는 더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통째로 거래되던 1억여 건의 카드고객정보가 시간이 지날수록 체계화되고 정밀해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옛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0월 발생한 전자금융사기 피해액은 1719억2500만 원(2만6917건)으로 전년보다 약 360억 원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보이스피싱은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사기 수법임에도 신고건수 1588건, 피해액은 260억 원 늘었다.

사기단은 전화를 받는 사람의 신상에 대해 이미 파악하고 있다. 공공재가 돼버린 주민번호는 기본이고 취업여부나 가족관계까지 언급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처럼 무작위로 걸지도 않고 특이한 억양도 사라졌다. 2~30대 젊은 목소리로 전문용어를 섞어 말하면 혹하기 십상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사이트도 원본 사이트와 동일하다. 만약 검찰을 사칭했다면 검찰 사이트와, 은행을 사칭했다면 해당 은행 사이트와 동일한 화면이 나타난다. 사이트 내 검색창에 해당 사건에 대해 조회해보라는 여유까지 부린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사기단은 피해자가 금융사기로 의심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오해를 많이 받는다. 억울하다”는 식으로 회피했다.

▲ 유출된 고객정보가 정밀화 되고 인터넷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형태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뉴시스

유출된 개인정보들은 보이스피싱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세상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형태로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한 사기단은 개인정보를 도용해 온라인 몰에서 상품권 등을 구입한 뒤 다른 사람의 계좌번호를 도용해 결제했다. 구입한 상품권은 온라인 형태(PIN번호)로 바꿔 다른 사람에게 판매했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한 달간 8차례나 있었다.

지난해 한 소셜커머스 쇼핑몰에서는 개인정보가 도용돼 적립돼있던 포인트가 도난당하는 일도 있었다.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지난해 명의도용으로 앱카드가 해킹돼 각각 50여명, 20여명이 총 6800여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앱카드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온라인주문결제 시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일부 이용자는 앱카드를 설치하지도 않았지만 스미싱(SMS와 피싱의 합성어)으로 공인인증서와 개인정보, 비밀번호가 유출돼 피해를 입었다.

공공기관이나 금융사를 사칭해 보내는 스미싱은 귀여운 수준이고, 지인의 이름으로 악성코드를 보내거나 생활밀착형으로 택배 배송정보를 사칭해서 스마트폰 해킹을 시도하는 일도 있다.

모바일 뱅킹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금융사 어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속인 뒤 계좌정보를 가로채 돈을 빼내기도 한다.

유출된 개인정보도 만들어지는 대포통장도 2013년 37883건에서 지난해 6만 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숫자도 금융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신고해 지급이 정지된 계좌 수다. 도용된 명의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갑자기 금융거래가 정지돼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유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향후 더 심각한 금융사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돈을 입금하라던 보이스 피싱이 정밀해진 개인정보를 활용한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최근 금융사기 경향이 조직적이고 정밀해 당할 수 밖에 없다”며 “과거에는 50~60대가 주요 범행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디지털에 익숙한 20~30대 젊은이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필요하면 바로 움직여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