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 퇴진에 이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마저 잃게 될 처지에 내몰렸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채권단에 자구안을 내놓으며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한 것. 더욱이 박 전 회장이 오너가 지분 담보 외 추가로 내놓을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지난 9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안을 제출했으나, 실질적인 방안이 담겨있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사실상 지원을 거절당하는 등 채권단의 부정적 입장만을 확인했다.
해당 안은 박삼구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를 담보로 5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게 주요 골자였다. 해당 지분은 박 전 회장의 부인인 이경열씨가 보유한 지분 3.1%와 딸 박세진씨의 지분 1.7%를 합친 양이다.
이는 박 전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52.1%의 경우에는 담보로 내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42.7%의 지분이 금호타이어 대출 지원 담보로 잡혀있는데다, 나머지 지분도 계열사 차입금 담보로 묶여 있어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오너가 지분을 모두 꺼내든 것이다.
여기에 금호그룹은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에 묶여 있는 담보 지분을 해지해 줄 경우 박삼구 부자의 지분 그대로를 재담보로 설정하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시장과 채권단으로부터의 신뢰 회복을 위해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가 없음을 강조하는 한편, 3년 안에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회사 매각에 순순히 응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를 거절했다. 이미 4000억 원을 빌려줬지만 재무 회복이 요원하고, 해당 자구 계획들 역시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유상 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담겨있지 않다고 본 것. 특히 오너일가가 내건 지주사 금호고속 지분 4.8%는 현 시장가치가 200억 원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이를 담보로 5000억 원을 빌려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금호그룹은 올해 갚아야 하는 차입금 규모가 약 1조3000억 원에 육박하는 만큼,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12일 故 조양호 회장의 빈소를 찾은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채권단의 자구계획안 거절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해 성실히 협의하고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채권단 지원이 경영정상화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긴밀히 협의해 간극을 좁혀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날 한때 그룹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까지 한 것. 앞선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 거절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 영향이 컸다. 박삼구 회장도 가용할 수 있는 사재가 더 이상 없는 데다 채권단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에 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려다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박삼구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는 매각말고 다른 방안이 딱히 없다"며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금호 오너가가 경영권을 포기하라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어 선택지가 남아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