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장마…돌아온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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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장마…돌아온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계절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7.02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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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계절 여름이 돌아왔다. 폭염, 장마 등으로 근로여건 악화로 현장 노동자들의 사망재해가 우려되는 만큼, 근본적인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산업 사고사망자는 971명으로 2014명 대비 2.1%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건설산업 종사자 사고사망자 수는 11.8% 증가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건설현장 사망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들이 집중 시행되면서 2017년 506명에서 2018년 485명으로 소폭 감소한 게 유일한 위안거리다.

우리나라의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전체 산업 사고사망자 중 건설산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49.9%로, 일본 33.0%, 영국 26.4%, 미국 18.9% 등 보다 높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일본과 영국의 건설산업 노동자 수가 우리나라 대비 각각 3.2배, 1.5배 많지만, 국내 건설현장 사고사망자 수는 영국과 일본보다 각각 13.3배, 1.5배 오히려 더 많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 추락사, 협착사 등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해가 잦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중 59.8%(290명)가 추락 사고로 인해 숨졌다.

여름철 사망사고 비중이 높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건설 산업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7월 30명, 8월 28명에 불과했던 건설산업 사고사망자 수는 9월 51명, 10월 56명으로 증가했다. 보통 산재 처리가 사고 발생 후 일정 시간 뒤에 진행됨을 감안하면 7~8월 사망자 수가 9~10월 통계로 집계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건설현장의 경우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가 대부분인 만큼 휴식시간 보장, 휴식장소 제공, 작업중단 등 최소한의 정책적 노력이 추진된다면 안전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일반상식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7월 건설노조가 토목 건설현장 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펼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폭염 특보 발령 시 규칙적으로 쉬고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8.5%에 그쳤다. 그늘진 곳에서 쉰다는 노동자는 26.3%에 불과했고, 시원한 물을 제공받지 못한다는 답변도 29.6%로 집계됐다. 또한 모든 노동자들이 충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대답은 9.7%, 휴식시간 보장 관련 법규를 공지 받았다는 노동자들은 24.1%뿐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기준 등 현행법을 통해 여름철 현장 노동자들의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규정들이 마련돼 있으나 일선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며 "무더위가 심할 경우에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현장 작업을 중단시키는 것이 맞다고 본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날이 더우니까 작업을 좀 쉬자고 아무리 요청을 해도 거부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에는 건설사들이 먹거리가 많지 않고, 경영여건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일선현장을 쥐어짜는 업체들이 상당히 많다"며 "이번 여름에 무더위가 심해지더라도 공기 지연 등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며 작업을 끊지 않는 현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 중견 건설사, 중소 건설사 가릴 게 없다. 요즘에는 메이저 건설현장에서 더 사망사고가 많다.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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