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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아직까지 국민의 뇌리에 '세종시 총리'로 남아있다. 정 위원장은 충남 공주 출신임에도 세종시 원안에 문제가 있다면서 수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견제가 엄청났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유력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면서 정 위원장의 세종시 수정 노력은 빛을 보지 못했다. 이에 대한 정 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동반성장위원회와 30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정 위원장은 세종시와 관련한 자신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대표와 관련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치인들에 대해 착각 했다"
-세종시 문제로 불명예 퇴진을 했는데, 후회는 없습니까.
"누가 그것은 전과가 아니라 훈장이라고 하더군요(웃음). 세종시 문제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행정부가 멀리 떨어진 두 곳에 나뉘어 있으면 국가경영이 어렵습니다. 주말마다 충청권으로 내려가서 세종시 관련 일을 했어요. 10개월 동안 (그 정도로 열심히) 했으면 됐지…."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해 주중에도 직접 충청권에 내려가실 생각은 안 하셨습니까.
"그런 아쉬움도 있죠. 내가 착각을 했어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열심히 설득하면, 주민들도 따라오고 정치인들도 양심에 따라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치인들은 정파적 이익에 의해 움직일 뿐이었죠. 지난해 1∼3월 까지만 해도 직접 주민들과 접촉을 하고 싶었는데, 많이 반대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자고 한 거고…. 또 천안함 사태가 터지면서 세종시 동력이 급속히 빠졌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세종시 담판을 지을 생각은 안 하셨습니까.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처럼 박근혜 전 대표를 집 앞에서 기다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총리가 대표도 아닌 국회의원 집 앞에서 기다린다는 게 리스크가 있잖아요. 당시 난 누가 친박인지도 몰랐어요. 내가 친박계 의원한테 박근혜 전 대표 좀 만나게 해 달라고 했으나, 그 사람이 ‘박근혜 전 대표의 고집을 꺾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나중엔 안 사실이지만, 그 의원이 친박도 아니었어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쉬운 부분이죠."
-국민 과반수 이상이 세종시 수정에 찬성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행정부가 쪼개지게 됐습니다.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무엇보다 수도분할에 따른 행정 비효율과 국가경쟁력 약화문제가 있을 수 있고, 자족기능 미흡, 그리고 통일을 염두에 둔 국가전략 부재, 이런 문제가 커 보입니다."
"박근혜 집 앞에서 기다릴 생각도"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총리직을 사퇴하셨습니다. 이는 그간 야당에서 말한 ‘세종시 총리’를 스스로 인정하는 게 아닌가요.
"‘세종시 원안’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세종시 수정안’을 제기하고 추진한 사람이라는 것은 맞지만, ‘세종시 총리’라는 것은 타당치 않습니다. 취임 초, 갈등이 극에 달했던 ‘용산사건’을 해결했고, 공기업 학력제한 철폐, 사회통합, 국격향상, 일자리 창출 등 많은 일을 추진했고 성과를 냈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의 기업유치 등은 이미 원안에 대부분 포함돼 있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안을 국가백년대계로 천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른 정치적인 목적은 없었습니까.
"‘세종시 원안’에는 기업유치와 관련해 '기업을 유치한다'는 표현만 있을 뿐 아무런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용지조차도 확보가 안 돼 있었습니다.
‘수정안’은 어제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시대를 다지자는 것입니다. 행정부를 반으로 쪼개는 대신, 자족기능이 있는 실질적인 명품도시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지금도 ‘수정안이 최선의 안’이라는데 생각의 변함이 없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은 소신에 따른 행정부 책임자로 추진한 것이지, 개인적인 이유나 정치인으로서 추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확대해석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세종시 수정안, 정치적 배경과는 무관"
-세종시 수정안을 매개로 박근혜 전 대표의 충청표를 묶고 대선 판을 흔들기 위한 임무를 위해 내정됐다는 주장이 있었는데요.
"사리에 맞지 않고 지나친 상상입니다. 행정부가 둘로 나뉜 나라는 없고, 지금도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때 세종시 원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요즘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조용합니다.
"글쎄요. 아무래도 국회에서 정해졌으니까요."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 수정안이 최선의 대안이었습니까. 국토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다른 방법적 대안은 없습니까.
"‘세종시 원안’만을 놓고 본다면, ‘수정안’이 최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국토 균형발전은 행정부를 나누거나 획일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지역특색에 맞는 발전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수도이전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참여정부가 추진한 수도이전에 대해 일찍이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총리직을 사퇴하면서‘우리 정치 지형은 너무나도 험난하다’며 퇴임사를 밝혔습니다. 정권 실세들이 총리직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 얘기입니까.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정치’에 대한 개인소회를 피력한 것입니다. 거기에 정치적 해석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학자 시절 한반도 대운하에는 반대를 했는데, 총리 선임 직후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찬성한 바 있습니다.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대운하는 당연히 반대합니다. 이 좁은 땅 덩어리에서 무슨 운하를 합니까.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찬성합니다. 우선 4대강은 수질개선에 중점을 뒀잖아요. 더 친환경적으로 만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죠."
"대운하는 반대했지만 4대강 사업은 찬성"
-총리 시절 지역주의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느끼는 정도가 아니죠. 너무 지역주의가 심해요. 자기 고향 사람이라고 정부요직에 심는 것은 문제가 있죠. 내가 총장 시절 ‘지역균형선발제’라는 것을 도입했어요. 서울대학교 정원을 4000여명에서 3000여명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인데, 이유는 다양성 때문이죠. 그래야 서울대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가 있죠. 다원화된 사회가 아닙니까. 대학도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기관에서 지식을 창출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서울대 등의 인원을 줄이면, 오히려 엘리트주의가 심화되지 않을까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정원을 합치면 1만여 명이 훨씬 넘습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하버드대 1600명, 예일대 1300명, 프린스턴 1200명, 시카고 600명 등 우리와 차이가 많이 납니다. 미국은 인구가 3억 명인데 반해, 우리는 5천만 명 정도 잖아요. 더불어 지역균형 선발제를 통해 다양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서울대 등에 들어와야죠. 그것이 교육의 글로벌화이고, 세계적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정운찬 대통령’이라면, 정부요직에 지역안배를 할 자신이 있습니까.
"제가 서울대 총장 시절 기획처장, 도서관장, 박물관장 등 30여명의 보직을 결정할 일이 있었는데, 당시 경기고 출신이 김우철(통계학과) 오성환(경제학과) 교수 등 3명에 불과했어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앞서서 내가 다면평가를 실시했어요. 그러면서 ‘경기고만 빼고 하자’고 했죠. 근데 경기고 출신들을 제외했더니, 부산고-경남고 출신들이 보직에 많이 올랐죠. 노무현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PK(부산경남)들을 중용한 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죠(웃음)."
-총리직을 그만두신 후 '강연'을 많이 다니신 것으로 압니다. 강연과 차기 대권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나요. 이를테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대 총장시절에도 많이 다녔습니다. 많은 요청이 들어 왔고,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강연을 다녔습니다. 지금은 동반성장위와 제주7대자연경관 추진위 일이 정말로 중요해서 캠페인 차원에서 강의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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