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사노맹 사건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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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뉴스] 사노맹 사건이란 무엇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8.13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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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맹, 사회주의 국가 건설 목표한 지하단체…DJ 때 양심수로 사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때 아닌 색깔론에 휘말렸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때 아닌 색깔론에 휘말렸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과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관련 사건으로 실명까지 선고받았던 사람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국가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앉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조 후보자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는데요. 사노맹이라는 이름, 생소한 분들 많으실 겁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現 국가정보원)가 조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989년 결성된 사노맹은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활동한 비합법 조직이었습니다. 이들은 노사분규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선동해 임금투쟁을 정치혁명투쟁으로 격화시킨 뒤, 국가적 혼란 상황을 불러일으켜 폭력 혁명을 완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죠.

이를 위해 사노맹은 서울시내에 10여 개의 안가(安家)를 마련해 놓고, 수색에 대비해 각종 무기류까지 비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기부는 사노맹이 수사 기관의 고문 조작을 피하기 위해 자살용 독극물 캡슐까지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황 대표가 “사회주의 혁명 달성을 목표로 폭발물을 만들고, 무기 탈취 계획을 세우고, 자살용 독극물 캡슐까지 만들었다”고 말한 것은 안기부 조사 결과에 기반한 겁니다.

이에 안기부가 사노맹 조직원들을 체포·수배하고, 총 3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을 기소했던 사건이 사노맹 사건입니다. 이 일로 사노맹 핵심 간부였던 백태웅 씨와 박노해 씨는 각각 대법원에서 징역 15년형과 무기징역형을 확정 받았습니다. 당시 발표된 사노맹 수사 결과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전략) 사노맹은 노사분규현장에 ‘노동해방 선봉대’, ‘전투특공대’ 등을 조직, 노동자들을 배후 선동해 임금투쟁을 정치혁명투쟁으로 격화시켜 총파업으로 유도, 기간산업의 마비와 경제교란으로 결정적 시기를 만들어 봉기, 일거에 체제를 전복해 사회주의혁명 달성을 기도한 지하혁명조직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1단계로 반정부세력 규합, 민중통일전선 형성, 노동자계급 전위당 결성, 무장봉기로 민족민주혁명 달성, 임시민주정부 구성, 민중공화국 수립 △2단계로 반동관료 숙청, 자본주의제도 철폐, 사회주의혁명 완수, 완전한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목표로 정했다. (중략)
이들은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 있는 오피스텔, 동대문구 장안동의 상가빌딩사무실 등 10여 개의 비밀안가를 확보해 컴퓨터, 유인물, 생활도구 등을 갖춰놓고 있었으며 수사기관의 수색에 대항키 위해 가스총, 도검류, 쇠파이프, 시너, 염산 등을 비치해두고 있었다.
또 조직원이 검거됐을 때 조직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문서나 메모지를 즉각 불태우거나 삼키도록 하고 비밀유지를 위해 자살을 하며 자살용 독극물 캡슐까지 개발해 왔다. (후략)
1990년 10월 30일자 <동아일보> ‘안기부 발표 사노맹 수사결과’

다만 사노맹에 연루돼 옥살이를 했던 사람들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특별사면을 받았습니다. 무장 반란을 획책했다는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에 대한 침해였기 때문입니다. 국제앰네스티도 사노맹 관련자들을 양심수로 분류, 사면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조 후보자의 경우 사노맹 사건 자체에 연관됐던 것은 아니고, 울산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3년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의 일원으로 활동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가입 등)로 구속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습니다.

2심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는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목적이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한 단체”라며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의 설립목적과 강령, 활동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반국가단체인 사노맹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사노맹을 지원하는 데 주목적이 있지 직접 국가 변란을 일으킬 목적이 없는 만큼 이적단체로 분류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노맹과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을 분리해서 판단한 거죠. 때문에 조 후보자가 ‘국가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는 황 대표의 표현은, 향후 정치 공방의 씨앗이 될 공산이 커 보입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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