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한 아파트 입주민의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 온 아파트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더욱이 해당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는 입주민 A씨의 국선 변호인이 사임해 관심을 모았다. 의뢰인의 이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국선 변호인은 왜 이례적으로 사건을 사임하게 됐을까?
변호인 없이 형사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사건을 필요적 변호사건이라고 한다. 형사소송법에서는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인 때 △70세 이상인 때 △농아자인 때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변호인이 없다면 법원은 직권으로 피고인에게 변호인을 붙여줘야 할 것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 12조에 의해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체포나 구속을 당했을 경우 변호인의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되는 기본권의 구체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하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하고, 재판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변호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법원이 직권으로 지정했다고 해서 변호사에게 이에 무조건 응할 의무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질병 또는 장기여행을 이유로 변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피고인으로부터 폭행, 협박 또는 모욕을 당한 경우 △ 피고인으로부터 부정한 행위를 할 것을 종용받은 경우 △그 밖에 국선변호인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법원이나 판사의 허가를 얻어 사임할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 법관의 제척, 기피사유가 있듯 국선변호인 역시 필요적 취소사유와 임의적 취소사유가 존재한다.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선임된 경우 △국선변호인이 형소규칙 제14조 제1항 및 제2항 규정한 자격을 상실한 경우 △법원 또는 지방법원 판사가 형소규칙 제20조에 의해 국선변호인의 사임을 허가한 경우 등이 필요적 취소사유에 해당한다.
임의적 취소 사유에는 △법국선변호인이 그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는 경우 △법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국선변호인 변경 신청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그밖에 국선변호인의 선정결정을 취소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만약 해당 사건이 필요적 변호사건일 경우라면 법원은 다시 국선변호인을 지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국선 변호인의 사임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단순히 변호인의 사적인 감정이나 동기만으로 사임계를 제출했다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떄문에 국선 변호인으로서의 직무 수행에 어려움을 느낄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미뤄볼 수 있다.
국선변호인 선정건수는 2009년 이래 10만 건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상고심에서의 선정건수 증가율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데, 국선전담변호사의 성실한 변론, 법원의 효율적 관리감독, 국선변호인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향상 등이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국선변호인제도 활용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인만큼 국선 전담 변호사의 사임사유, 선정취소, 재선정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도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기현 변호사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
-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법률고문
- 제52회 사법시험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