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신사업 전개 시 증손회사 지분 의무 보유 규제도 벗어날 수 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이 중간지주사 설립을 통해 온전한 홀로서기를 위한 포석을 두는 모양새다. 사촌경영체제 하 세아그룹에선 피할 수 없는 계열 분리를 앞두고, 주력회사인 세아베스틸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 차원의 지배력 강화와 사업 리스크 최소화를 노린 행보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세아홀딩스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은 오는 3월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결의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번 작업은 '세아홀딩스(지주사)-세아베스틸(자회사)-세아창원특수강 등 계열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중간지주사인 '세아베스틸지주'를 넣는 게 핵심이다. 세아베스틸을 둘로 쪼개 지주회사인 '세아베스틸지주'(존속)와 사업회사인 세아베스틸(신설)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세아베스틸에 종속됐던 계열사들은 세아베스틸지주 아래서 '수평관계'로 구성된다.
세아베스틸 측은 지주사 전환의 목적이 전문적 사업 역량 강화, 시장 경쟁력 제고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지주는 세아베스틸을 비롯한 자회사들의 사업 전략 수립과 투자 등을 결정짓고, 신설 세아베스틸과 각 자회사들은 본업 역량 제고에 집중함으로써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기존 세아홀딩스 지주사 체제 아래에서 손자회사들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웠음을 감안하면, 이번 전략적 사업구조 재편으로 균형감 있는 신성장 도모와 계열사간 긍정적인 효과 창출을 이룰 수 있다고 세아베스틸은 부연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물적분할이 결국엔 오너가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상위 지배회사인 세아홀딩스 내 지분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 사장은 경영간섭 리스크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아그룹은 이태성 사장의 세아홀딩스와 사촌형제인 이주성 사장이 거느린 세아제강지주라는 두 축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양축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태성 사장은 상속세와 개인회사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사촌형제인 이주성 사장이 거느린 세아제강지주의 지분을 모두 처리한 반면, 이주성 사장의 경우 부친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과 함께 세아홀딩스 지분을 26.61%(합산 기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아제강지주 경영권을 거머쥔 이주성 사장이 또 다른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에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이태성 사장의 숙부인 이순형 회장은 이태성 사장 개인회사에 세아홀딩스 지분을 지속 매도해 지분율을 낮추고 있지만, 이주성 사장의 세아홀딩스 지분율은 변동없이 17.95%를 유지중이다.
사촌경영 기조에 따라서는 우호 지분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이들간의 암묵적 협정이 깨지거나 분쟁 발생 시엔 상당한 골칫거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최근 주총 분위기 상에서는 감사, 감사위원 선임 등에 최대주주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 발동 등 위협도 무시하기 어렵다.
때문에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와 자회사 세아베스틸 사이에 중간지주사라는 보호 장치를 하나 더 둔 것은 주력 회사에 대한 외부의 경영 간섭 여지를 줄이고, 이태성 원톱 체제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布石)으로 해석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세아베스틸지주 설립은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의무 보유 규제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 지배구조에서 세아베스틸을 제외한 세아홀딩스 계열사들은 대부분 손자회사였다. 이들 회사가 국내에서 M&A 등을 진행해 계열사(증손회사)를 두려면 지분 100% 보유 규칙을 따라야 해 부담이 상당했다. 이에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물적분할이 성사되면 세아베스틸을 비롯한 계열사들은 세아베스틸지주의 자회사가 된다. 투자를 통해 그 밑에 다른 기업들을 추가하더라도 손자회사가 될 뿐이다. 증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 100% 보유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신사업 육성과 활발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게 된다. 상장도 보다 수월해진다. 이는 각 자회사들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세아베스틸의 지주사 설립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
업계는 이번 세아베스틸의 지주사 전환체제가 주총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주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주주 입장에서는 알맹이에 해당하는 사업회사가 떨어져 나가 주식가치가 낮아지는 게 반가울리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세아베스틸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지난해 주당 200원 수준(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는 무배당)이었던 배당금을 올해는 1500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또한 오는 2023년까지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20%를 배당하기로 하는 등의 사업 목표를 설정했다.
그럼에도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세아베스틸이 적자를 내는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왔지만 이번 급작스러운 물적분할 결정은 이해하기 어려워서다.
세아베스틸의 한 주주는 "주주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결국 자회사들의 기업공개가 이뤄져 지주사 주식가치가 급락하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한 구두약속 뿐 아니라 정관 추가 등으로 확실한 보험을 들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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