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편슬기 기자)

정부가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업계에 총 5000억 원의 투자금을 쏟아붓는다. 국제 미디어 기업들과의 경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던 토종 OTT와 IPTV 업계 등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투자 활성화 및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15일 체결했다. 업무협약엔 △IBK기업은행 △LG유플러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IPTV 3사가 참여했다.

정부는 정책금융기관과 산업계, 나아가 해외로까지 투자와 금융 지원의 외연을 확장하고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3대 디지털 미디어(OTT,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미디어)·콘텐츠에 집중 투자하는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신규로 조성할 계획이다. 2023년에는 400억 원, 2024년에는 600억 원을 목표로 업계에 콘텐츠 제작 활성화라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IBK기업은행과의 협력으로 우수 미디어 스타트업에게 향후 3년간 100억 원을 투자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육성·투자 프로그램’을 과기정통부 지원사업과 묶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미디어·콘텐츠 기업에게는 올해 약 700억 원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 배경에는 국제 미디어 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인한 토종 OTT의 적자 등 경영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구독자 확보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자체 제작 콘텐츠 제작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소위 말하는 ‘출혈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이 자체 IP를 이용해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로 다량의 구독자들을 확보하고 있어 토종 OTT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통계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올해 3월 초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OTT 앱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OTT 플랫폼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할 때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신규 설치 건수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지금 우리 학교는’ 시리즈를 공개한 직후인 2월 첫째 주 신규설치 건수는 1월 셋째주 대비 110% 상승한 20만7665건을 기록했다. 티빙 역시 지난해 12월 ‘술꾼도시여자들 시즌2’를 공개한 뒤 신규 설치 건수가 15만2462건을 기록했다. 재방문률도 한달 동안 50% 대를 유지했다.

이렇듯 ‘오리지널 콘텐츠’가 구독자 확보에 주요한 수단인 만큼 현재까지 티빙, 웨이드 등 토종 OTT도 웹툰,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한 오리지널 드라마, 영화를 속속들이 선봬고 있다.

다만 노력과 달리, 티빙은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92억 원의 적자를 냈다. 웨이브는 2021년 558억 원, 2022년 1213억 원의 적자를, 왓챠도 2021년 197억 원, 2022년 454억 원의 적자를 줄줄이 기록했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OTT 적자의 원인으로 시장 성장세 하락과 제작비 증가를 꼽았다. 국내 OTT 월간 순이용자 수 전년대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2021년에는 46% 증가했으나 2022년에는 겨우 8% 성장에 그쳤다. 코로나19 감염세 완화와 함께 상승곡선을 그리던 업계 성장이 뚝 그친 것이다.

회당 제작비 증가도 부담을 키웠다. 공유, 김고은 주연의 ‘도깨비’(2016년)는 회당 9억 원, 이병헌, 김태리 주연의 ‘미스터선샤인’(2018년)은 회당 20억 원,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2021년)은 회당 30억 원의 제작비가 소요됐다.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구독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IP 구매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업계는 대형 콘텐츠의 경우 투자 여력이 충분한 글로벌 OTT만 제작 가능해 콘텐츠 쏠림 현상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OTT의 약진으로 침제에 빠진 IPTV(KT, SKB, LGU+) 챙기기에도 나선다. 공동 대응 전선 구축이 목표다. 총 3000억 규모의 투자 지원이 이뤄진다. ICT 산업 발전을 위한 펀드인 KIF의 주요 투자분야에 디지털 미디어·콘텐츠도 포함해 연내 44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투자자본 유치 노력도 지속한다. △순방 후속교류 △수출개척단 △주요 국제 콘텐츠 마켓 및 회사 참가 지원을 통해 OTT 등 디지털 미디어 기업의 투자를 제안하고 협의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