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노조, “한국 애플페이 수수료 다른 국가에 비해 턱 없이 높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기업들의 PR 활동이 활발한 시대다. 새로운 서비스, 제품 출시부터 각종 선행과 기부 소식은 단 몇 분이면 온 매체와 커뮤니티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기업 중심의 일방향적인 소통은 큰 호응을 얻기 힘들다. 소비자의 시선으로 들여다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이에 칭찬할 점이 있으면 마땅히 ‘편’ 들어주고, 잘못했다 지적할 점은 풍자와 유머를 곁들여 날카롭게 찌르자는 취지로 [니편 내편] 코너를 준비했다. 코너명의 '니(너)'는 본래 '네'로 표기해야 하지만 친근함을 위해 니로 표현한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수수료 무료를 공식화했다. 지금처럼 계속 수수료 없이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음은 반갑다.
해당 소식을 듣고 의문이 들긴 했다. 기업이 이익을 쫓는 것은 물이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결제를 통해 들어오는 막대한 카드 수수료 이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24일 발표한 ‘2022년 중 전자 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휴대전화 제조사를 통한 간편결제 이용 금액은 일평균 1853억2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애플페이 수수료를 기준으로 적용하면 카드사들은 삼성전자에 연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보면, 삼성전자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1000억 원 수익이 굴러 들어온다. 하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 차버렸다.
애플은 지난 3월 애플페이 도입 당시, 기존 정책 대로 이용 수수료 0.15%를 카드사에 부과한다는 방침을 알렸다. 마침 삼성전자도 카드사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삼성페이 역시 애플페이와 같이 이용 정책을 바꿔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실제로, 지난 4월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이용에 수수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추가 입장을 전했다. 카드 수수료 부과를 위한 전조는 충분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삼성전자가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꿨다. 삼성전자 측은 카드사들과 논의 끝에 상생을 위한 삼성페이 수수료 무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계약이 오는 8월 종료되면 개별 카드사들과 새로 계약을 체결하되, 무료 수수료 방침은 모든 카드사에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은 카드사와 소상공인, 삼성페이 이용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세금이 오르면 월급이 줄고, 항공유 값이 오르면 유류할증료가 증가하듯, 수수료가 붙게 되면 카드사의 부담은 어떤 형태로든 소상공인과 이용 당사자들에게 전가된다. 카드사 혜택이 줄어들거나 제품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전체적인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걱정으로부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으니 분명 희소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애플페이는 어떨까? 2023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5억7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 수가 많은 만큼 벌어들이는 이득도 막대할 것이다.
단적으로 미국 내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은행 등 4000개 이상의 제휴사는 매년 최소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는 호주에서만 지난해 수수료로 1억1000만 달러(약 1401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올해 초 국내에 첫 상륙한 애플페이는 현대카드를 통해 결제 건당 최대 0.1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우선은 현대카드 단 한 곳에서만 애플페이를 이용하고 있다. 다만 신한·KB국민·우리카드가 애플페이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를 지나, 내년부터는 더욱 많은 이들이 애플페이를 이용할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애플페이 국내 도입 이후 애플의 수수료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지난 17일에도 카드사노동조합협의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애플의 높은 수수료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김재범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애플페이 수수료율은 다른 국가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카드사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글로벌 호구’가 돼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간편 결제 시장은 빠르게 시장하고 있는 반면 신용카드와 동일한 기능에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며 “간편 결제 수수료 법안 마련을 통한 가맹점 부담 저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는 수수료 무료를 결정하며 ‘상생’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누군가는 요즘 시대에 무슨 민족주의냐며 손가락질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기업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함께 살아가자’고 말하는 것보다 더 와닿는 표현이 있을까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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