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검토 없는 고발, 무의미한 정치공세다 [이광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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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검토 없는 고발, 무의미한 정치공세다 [이광수의 시선]
  • 이광수 변호사
  • 승인 2023.09.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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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이 文 부친 친일파라 했다’는 언론 보도 명백한 오보”
“명예훼손죄 고의성 판단에 ‘실제 표현’ ‘전후 맥락’ 중요해”
“박민식, 친일파 분류 기준 되물은 것…고발, 경찰 수사력 낭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이광수 변호사]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있었던 박민식 보훈부 장관의 설전이 화제다. 박민식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김성주 의원의 ”백선엽 장군이 친일이 아니라는 근거가 뭐냐“는 질의에 대해 ”흥남시 농협계장은 친일파가 아니고 백선엽 만주군관 학교 소위는 친일파냐? 어떤 근거로 한쪽은 친일파가 돼야 하고 한쪽은 친일파가 안 돼야 하나?”라고 답변했다. 

박 장관의 위 발언에 대해 야당 측은 “정상적이지 않다” “미쳤다”라며 공세를 이어갔고,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사자 명예훼손죄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형법 제308조 사자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는 범죄다. 일반 명예훼손죄는 사실 또는 허위사실 적시 모두를 처벌하는 범죄임에 반해, 사자 명예훼손죄는 사자에 대한 정당한 역사적 평가까지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인식하에 사자에 대한 정당한 사실 적시는 처벌하지 않고 허위사실만 처벌하는 것이다.

사자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하는 고의가 있어야 하고, 명예훼손죄의 고의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실제 표현된 ‘워딩(wording)’이 중요하다. 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아버지가 친일파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 “박 장관이 문재인 부친도 친일파라고 했다”라는 것은 명백한 오보다.

또한 명예훼손죄는 해당 발언의 ‘전·후 맥락’도 중요하다. 박 장관은 민주당 김성주 의원의 ”백선엽 장군이 친일이 아니라는 근거가 뭐냐“는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친일파 분류기준에 대해 되물은 것뿐이다. 친일파 구분 기준에 대하여 질문을 한 것이다. 대화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아도 박 장관이 사자 명예훼손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친이 언제 흥남 농업계장을 했는지 그리고 친일했는지 안 했는지 관계없이 즉 허위성 요건을 살펴볼 필요도 없이, 박 장관 발언의 실제 워딩 및 문맥의 전체적인 내용을 면밀히 따져보면 사자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 사안을 고발조치해 이슈화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정치적인 공세에 불과하다. 또한 경찰 수사력의 낭비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인 이슈화를 적극적으로 생성하기 위해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사안에 대하여 법적조치를 운운하기에 앞서 철저한 법리 검토를 해보기를 바란다.

 

 

이광수 변호사는…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서울시청 공익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 전문위원,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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