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의 붕괴와 바른미래당의 탄생 [한국정당사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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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의 붕괴와 바른미래당의 탄생 [한국정당사⑳]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4.01.16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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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타격을 입은 바른정당은 계속된 탈당 러시로 당세가 기울자 국민의당과 합당, 바른미래당으로 재출발한다. ⓒ시사오늘 정세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타격을 입은 바른정당은 계속된 탈당 러시로 당세가 기울자 국민의당과 합당, 바른미래당으로 재출발한다. ⓒ시사오늘 정세연

바른정당의 창당으로 보수는 새누리당을 이은 자유한국당과 개혁보수 기치를 내건 바른정당으로 나뉘었습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출범 초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이들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대권주자로 옹립해 보수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정당이었습니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이 돌연 대선후보 자리에서 사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예고 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정치권의)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되고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께 실망 드려 죄송하다”고 전했다.

2017년 2월 1일 <한국경제> 반기문 “정치 활동 뜻 접겠다” 대선 불출마 전격 선언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바른정당에게 엄청난 타격을 안겼습니다. 당초 구상대로라면 반 전 총장이 개혁보수를 상징하는 대권주자로 우뚝 서고, 보수진영은 ‘유력 대권주자’를 가진 바른정당 중심으로 재편돼야 했습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유력 대권주자 없는 제3당은 세력을 모으기도, 미래를 기약하기도 어렵습니다. 강력한 대권주자라는 구심점 없이는 이탈하는 사람들을 잡아놓을 수 없죠.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의 바른정당이 그랬습니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시작되자, 바른정당 의원들은 보수 단일화를 명분으로 자당(自黨) 대선 후보인 유승민 후보의 사퇴를 종용했습니다.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을 염두에 둔 행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유 후보가 대선 완주를 선언하자 13명의 바른정당 의원들은 탈당을 결행, 자유한국당 복당을 신청합니다.

13명의 복당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대선 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적폐 청산’ 슬로건을 내걸고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를 압박함에 따라, 바른정당에서는 또 다시 보수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자유한국당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쳐 ‘보수 탄압’에 맞서야 한다는 게 명분이었죠. 그러나 자강(自强)파의 반대로 당대당 합당은 무산됐고, 김무성 등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의원 9명은 바른정당 탈당과 함께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합니다.

바른정당은 5일 한국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탈당파와 이에 반대하는 자강파 간에 분당을 막기 위한 마지막 협상을 벌였지만 자강파가 가속력이 붙은 탈당 행렬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하면서 바른정당 탈당파에 명분을 제공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바른정당 탈당파는 6일 국회에서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9일 한국당에 입당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중략)
탈당계를 낼 의원은 김무성 김용태 김영우 강길부 정양석 주호영 이종구 홍철호 황영철 등 9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주 의원은 탈당파와 자강파 사이에서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마지막에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6일 오전에 국회에서 통합 성명서를 발표하고 8일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뒤 9일 한국당에 입당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탈당파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은 “(한국당에서) 국민이 원하는 보수개혁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탈당파 의원들이 복당을 결정하면서 현재 107석인 한국당 의석은 116석으로 늘어난다. 집권 여당이자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는 5석 차이로 좁혀진다. 바른정당은 20석에서 11석으로 내려앉게 돼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는다. 보수 야권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국회는 3당 체제(교섭단체 기준)로 재편된다.

2017년 11월 6일 <한국경제> 끝내 쪼개진 바른정당…김무성·주호영 등 9명 “오늘 탈당 선언”

두 차례의 대규모 탈당으로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습니다. 사실상 붕괴 수순에 접어든 모양새였죠. 이러자 정치권에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설이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안철수식 ‘새 정치’에 대한 실망감에 대선 패배 후유증이 더해져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쪼그라든 국민의당과, 위기에 빠진 바른정당이 ‘중도’ 이념을 고리로 통합할 경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지 않겠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기대감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탈 없이 양당이 ‘화학적 결합’에 성공한다면, 중도 신당은 46석짜리 원내 제3당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도 이념의 46석짜리 영호남 지역 통합 정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합리적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한다면 대한민국 정치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바로 이런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합당에 합의, 2018년 2월 13일 ‘바른미래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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