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붕괴…양당체제는 계속된다 [한국정당사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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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붕괴…양당체제는 계속된다 [한국정당사㉑]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4.01.30 20: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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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과 호남,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제3지대서 만난 정치 실험 실패…양당체제로 회귀한 한국정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영남과 호남,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제3지대서 만난 바른미래당의 정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며 한국 정치는 다시 양당체제로 회귀했다. ⓒ시사오늘 정세연
영남과 호남,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제3지대서 만난 바른미래당의 정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며 한국 정치는 다시 양당체제로 회귀했다. ⓒ시사오늘 정세연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정치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바른미래당의 실패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습니다. 바른미래당이 이상적인 형태로 흘러갔다면, 영호남 지역갈등 해소의 마중물이자 합리적 중도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당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노렸던 포인트도 이 지점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이 ‘중간 지점’에서 만나 양측 모두에게 소구한다는 계획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우선 바른정당과의 결합이 호남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길 거라고 생각한 호남 출신 국민의당 정치인들은 합당에 참여하지 않고 민주평화당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바른정당에서도 합당을 전후해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 대권주자들이 연이어 당을 떠났습니다. 정당이란 ‘정치적 견해가 같은 사람들이 정치권력 획득을 목표로 결합한 결사체’인데, 정체성도 지지 기반도 다른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모이면 ‘역 시너지(reverse synergy)’가 날 거라는 이유였습니다.

이로 인해 기대와 달리 바른미래당은 30석짜리 정당으로 출발했습니다. 합당 전 국민의당 의석수가 37석이었으니, 오히려 몸집은 더 줄어든 셈이었습니다. 게다가 통합 반대파들이 우려했던 대로, 바른미래당은 초반부터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습니다. 창당 전날 정강(政綱)을 두고 ‘진보’ 이념을 넣어야 한다는 국민의당과 ‘보수’ 가치를 고수하는 바른정당이 충돌했을 정도였습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합당을 하루 앞둔 12일 창당 이념인 ‘정강’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었다. 정강에서 ‘진보’ 이념을 넣어야 한다는 국민의당과 ‘보수’ 가치를 고수하는 바른정당이 대립하면서다. 결국 양측은 진보, 중도, 보수 등의 이념 표현은 빼고 ‘탈이념, 탈지역, 탈계층, 탈과거’를 정강에 넣기로 확정했다. 핵심 쟁점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고 임시 봉합한 것이어서 합당 후에도 ‘창당 정신’을 둘러싼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당은 이날 각 당 이름으로 열린 마지막 오전회의에서 정강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의 충돌 지점은 ‘진보’라는 단어의 삽입 여부였다. 바른정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결합’을 신당의 가치로 내세우자고 한 반면 국민의당은 폭넓은 지지층 확보를 위해 중도 대신 ‘진보’라는 단어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중략)
대북정책 노선도 통합신당의 대표적인 균열선으로 꼽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햇볕정책’을 바른미래당의 새 정강에 담고 싶어 하지만 바른정당은 안보에서만큼은 강한 대북 압박을 주장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2018년 2월 12일 <한국경제> 출범 하루 앞두고…‘정강’ 놓고 다툰 바른미래당

창당 후에도 사안마다 입장이 엇갈렸고, 선거를 앞두고는 공천을 놓고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갈등하면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불확실한 정체성이라는 불안요소가 현실화됐던 거죠. 결국 호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게, 영남에서는 자유한국당에게 밀려 참패에 참패를 거듭한 바른미래당은 끝끝내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해산 수순을 밟게 됩니다.

여기서 바른정당계는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다가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통합, 미래통합당을 창당하며 다시 보수정당으로 돌아갑니다. 바른정당계의 탈당으로 국민의당계가 주축이 된 바른미래당은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합당해 민생당을 창당, 제21대 총선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나 민생당은 제21대 총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며 한순간에 원외정당으로 전락했고, 개별 정치인들이 국민의힘 혹은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선택하며 뿔뿔이 흩어집니다.

이로써 영남과 호남,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결합했던 바른미래당은 겨우 2년여 만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양당 체제로 회귀합니다. 그리고 중도 노선을 이끌었던 안철수 의원마저 2020년 국민의당을 창당했다가 2022년 국민의힘과 합당하면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은 다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에 정의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군소 정당이 함께하는 현 체제로 정착합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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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당 2024-01-31 13:06:57
미래가 들어가는 당은 항상 미래가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