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국에서 고소득국 그룹으로 성장한 나라, 우리가 유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경민 기자]
올해 3분기 한국 경제는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국내외 기관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정부의 목표치인 2.6% 달성도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글로벌 반도체 경기 침체 우려와 곧 있을 미국 대선 후 관세 정책도 불안요소로 남아있다.
<시사오늘>은 ‘첩첩산중’의 한국경제 상황 속에서 정답을 찾기 위해 10월 29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여권의 ‘경제통’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의 강연을 들어봤다. 윤 전 의원은 ‘지금 한국, 오르막인가 내리막인가?’를 주제로 90분간 자신의 혜안을 쏟아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윤 전 의원은 학생들에게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에 그는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분야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 노래 들어보셨나요? 그 영상을 보고 기차 안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에너지를 보고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활기찬 부분이 문화 쪽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우리나라는 내리막에 있다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링컨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질문은 지금 우리에게 오르막을 만들어낼 역량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어 윤 전 의원은 과거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을 얘기하며 지금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제개발 60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두 번의 도약’입니다. 한국 경제는 두 번 도약했습니다. 빈곤국 함정과 중진국 함정을 뛰어넘어 고소득국이 됐죠. 이 과정을 거쳐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고소득국 그룹으로 올라간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역사를 만들어낸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첫 번째 도약인 산업화에 대해선 다들 아실 겁니다. 두 번째 도약은 김영삼 대통령 때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때 체신부를 없애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정보통신과학부를 만들었는데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정보 하이웨이’를 먼저 도입했고, 기술도 미국보다 앞서 상용화했습니다. KT도 그때 만들어졌습니다. 한국통신을 민영화한 거죠.
그러던 중 1997년에 IMF 외환위기가 발생합니다. 당시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인터넷 브로드밴드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그 결과 기업들이 일하기 좋아졌습니다. 전 세계의 기술과 산업 구조가 완전히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화할 때 우리도 흐름을 탄 겁니다. 그 후 수월하게 고소득국으로 옮겨 가며 나라 전체가 한 등급 올라갔습니다. 이게 바로 두 번째 도약을 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저력을 어딘가에 묻어놓고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각계에서 이를 깨우는 움직임과 각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깨어나면 지금의 세 번째 파도도 잘 타고 넘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한국 경제는 ‘냄비 속 개구리’
이어서 윤 전 의원은 세계 1위 컨설팅 그룹 ‘맥킨지 보고서’를 언급했다. 한국 경제는 ‘냄비 속 개구리’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으며, 사회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경영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지난 2013년 ‘한국 경제는 냄비 속 개구리 같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물의 온도가 올라가는지도 모르고 서서히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한국 경제 역시 위험 요인이 다가오고 있는데 그걸 느끼지 못해 해결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올해 8월에는 ‘맥킨지 보고서’ 2탄이 나왔습니다. 지난 10년간의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였는데요. ‘개구리가 이제 반쯤 다 삶아졌다’면서 ‘이제는 물 온도를 내리는 해법이 아닌, 개구리를 잡아서 냄비 밖으로 내던지는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사회의 틀을 확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윤 전 의원은 우리 국민의 저력을 결집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자고 당부하며 강연을 끝맺었다.
“저도 우리 경제가 에너지를 잃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내리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어마어마한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두 번의 도약을 해낸 나라는 없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우리 사회에는 배움과 향상에 대한 에너지가 있고, 그걸 결집하는 노하우도 있습니다.
현재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지금 우리가 뭘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책임이 큰 기성세대는 물론, 우리 모두가 힘을 내야 합니다. 저 역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