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동해상으로 ICBM ‘화성-19형’을 발사하자, 한미일 3국도 미 전략폭격기 ‘B-1B’가 참가하는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하며 대응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ICBM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신규 대북 독자 제재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ICBM이 무엇이기에 북한은 경제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개발에 집착하고, 한미일은 신경을 곤두세우는 걸까요. ICBM의 의미를 알면 각국의 반응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ICBM이란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의 약자입니다. 여기서 Intercontinental은 ‘대륙 간의’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고, Ballistic Missile은 ‘탄도 미사일’이라는 의미입니다.
탄도 미사일은 발사 지점부터 목표 지점까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말합니다. 즉, ICBM은 바다를 건너 날아가 다른 대륙에 있는 목표물을 명중시킬 수 있는 미사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ICBM을 개발한다는 건 유럽과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 한다는 뜻이 되죠.
ICBM이 갖는 의미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ICBM은 우주발사체와 동일한 원리를 이용해 대기권을 뚫고 우주 공간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에 재돌입하는 미사일입니다. 우주발사체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ICBM이 얼마나 비싼 미사일인지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북한이 이 비싼 무기에 재래식 폭약을 싣지는 않을 겁니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탄두를 탑재하겠죠. 그렇습니다. ICBM은 핵무기를 탄두로 탑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게다가 ‘화성-18형’ 이후의 ICBM은 고체추진이라, 사전 연료 주입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번에 시험 발사한 ‘화성-19형’은 다탄두로 개발됐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다탄두 기술은 하강 단계에서 여러 개로 분리된 탄두가 각각의 목표를 타격하는 것으로, 요격이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고, 기습 발사가 가능하며, 요격도 어려운데 유럽과 미국에 직접적으로 닿는 미사일을 갖게 된다면 국제정세에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과 미국이 ICBM 개발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죠.
우리나라에도 큰 위협입니다. 북한이 ICBM을 협상 지렛대삼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김정은이 ICBM 개발 중단 등을 약속하는 대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미국이 본토의 안전을 보장받는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하면 유럽과 미국은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이 예고 없이 자신들을 노릴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또 우리나라는 북한이 ICBM을 협상 카드로 삼아 주한미군 철수 등을 미국에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국방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한미군 철수 시 한국의 국방비 부담은 두 배가량 증가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해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거라고 하는데요. 이 정도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ICBM에 날선 반응을 보일 만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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