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과 김범석 등 주요 유통 기업 총수 트럼프 취임식 참석
대한상의, 1분기 RBSI ‘77’…원인으로 ‘트럼프 통상 정책’ 꼽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현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 총수들은 트럼프의 취임식에 참석해 발 빠르게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환율 변동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보편 관세’ 정책을 강조해왔다. 중국에는 최대 60%의 고율 관세를, 나머지 국가들에도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열린 취임식 직후 “미국에서 사업하는 누구에게든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에 와서 우리의 부와 일자리, 회사를 훔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다행히 취임 후 보편 관세 정책을 즉각 시행하지는 않았기에 유통업계는 한숨 돌렸다. 하지만 트럼프는 오는 2월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를 시작으로 조만간 다른 국가들 역시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관세정책에 더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최근 미국 시장에서 ‘K-뷰티’와 ‘K-패션’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유통업계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미 비상계엄의 여파로 인해 물가·환율 상승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국내 주요 유통업계 총수들은 트럼프의 취임식을 찾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의 친분을 기반으로 국내 재계 인사 중 가장 활발하게 트럼프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 이번에도 취임식을 찾아 취임식 이전의 프라이빗 행사부터 취임식 당일 무도회까지 다양한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도 취임식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자한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자격으로 초청받아 취임식에 참석했다.
두 기업 모두 미국에서의 사업 영역 확대와 함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가 추진 중인 주요 미국 연계 사업으로는 화성 국제테마파크 ‘스타베이시티’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영화 제작 및 배급사인 파라마운트와 협력해 오는 2050년까지 총 9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발 사업이다. 또한, 최근 알리바바와의 파트너십을 체결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킹 강화를 목표로 삼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이후 미국에서 유치한 대규모 자금으로 국내 물류망 투자를 확대했다. 또한 최근에도 미국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과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으로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성장 전략 흐름 속 쿠팡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통해서도 국내에서의 트럼프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RBSI는 77로 집계됐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이상이면 다음 분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고 100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으로 ‘트럼프 통상 정책’이 꼽혔다. ‘고물가‧고금리 지속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66.6%)과 ‘비용부담 증가’(42.4%)의 뒤를 이어 31.2%의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또한, 트럼프 2기 출범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한 10곳의 업체 중 8곳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경제는 심리다’는 말처럼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미중 무역갈등 심화, 수출 둔화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에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까지 고조되면서 경제활동의 큰 축인 소비시장과 소비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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