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온라인상의 ‘광화문 광장’이다.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청원은 많지 않지만, 현 시점에서 국민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시사오늘>은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떤 청원이 제기됐는지를 살펴보면서 ‘민심(民心)’을 추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정쟁으로 가득 찼다. 지난달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이 183만 명 이상의 공감을 얻으며 역대 최다 추천 청원으로 등극하자,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 청구와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이 각각 33만·25만 회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서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회를 넘겼기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 해산 청원자는 “민주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됐음에도 국회 합의가 원칙인 선거법을 제1야당을 제쳐둔 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국회에 물리적 충돌을 가져왔다”며 “또 야당을 겁박해 국가보안법 개정 운운하며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야당이 하는 일은 사사건건 방해를 하고 있다. 의원들의 국민에 대한 막말도 도를 넘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그간 민주당의 잘못된 것을 철저히 조사해 정당해선 청구를 해 달라. 이미 통진당 정당해산을 한 판례가 있으니 민주당을 해산시켜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기를 간곡히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도 이어졌다. 청원자는 “문 대통령은 국군 최고 통수권자임에도 북한 핵개발을 방치하고 묵인해 우리 국민을 잠재적 핵 인질로 만들고 있고, 자칭 인권변호사라며 떠들고 다니지만 정작 북한 독재 정권 치하에서 발생하는 초헌법적인 처형·구금·강제노동·고문 등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논란, 국정원 해체 주장 등을 지적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힐난했다.
아울러 그는 “문 대통령은 그동안 드루킹 일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불법적 여론조작을 묵인해 왔다”면서 “드루킹의 여론조작 공세로 인해 우리는 반기문이라는 유능한 인재를 잃어버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네이버나 다음, 각종 여초 카페에서 여론조작을 위한 활동을 충분히 목격할 수 있음에도 정부와 문 대통령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며 “범죄 행위를 묵인한다는 것은 곧 범죄 행위에 동참한다는 것과 같다. 이에 문 대통령의 탄핵을 전격 건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김무성 의원을 내란죄로 다스려 달라는 청원도 있었다. 김 의원이 이달 초 ‘4대강 보 해체 반대’ 집회에서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서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시켜버리자”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다.
청원자는 대한민국 형법 제87조와 제90조를 언급하면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현직 국가 수장의 집무·주거 공간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겠다고 말한 것이 내란이 아니라면 어떤 행위가 내란인가”라며 “제87조와 제90조 어느 혐의를 적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국가의 기강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요구하는 청원도 나왔다. 청원자는 “국민인 내가 나를 대신해 제대로 의정 활동하라며 권한을 위임했지만, 작금의 국회의원, 특히 한국당 의원들은 이러한 국민의 명령을 무시하며 마땅히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발목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국민이 우습고 국민이 하찮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의원은 스스로 잘나서 금배지를 단 게 아니라 국민이 우리의 대표 역할을 하라고 준 자리”라며 “그 권한을 국민이 준 것이니 그들의 무능과 잘못에 관해 책임을 물을 권리도 국민에게 있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청원한다”고 했다.
한편, 사회적 문제나 각종 사건에 대한 청원도 없지 않았다. 지난달에 이어 ‘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 청원이 계속됐으며, 모 대학 수의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 동물시험을 중단시키고 실험 중인 퇴역 탐지견을 구조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 범죄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달라는 청원도 20만 회 이상의 추천을 받아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