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대강 담합 건설사 사회공헌기금, 수해 복구에 투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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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대강 담합 건설사 사회공헌기금, 수해 복구에 투입하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8.10 11: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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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방지 국책사업서 장난질 친 업체들, 기금 납부 강제할 필요 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올여름 전국적인 폭우에 기상청의 역대급 장마철 오보까지 겹치면서 비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수해 복구 작업이 요구되지만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재난기금이 진작 바닥을 드러냈고, 추가경정예산도 이미 3차까지 편성된 실정이기 때문이다. 물난리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국민들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돈이 부족해서 돕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우왕좌왕하자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재벌 대기업들이 수십억 원 규모 성금을 전달하는 등 재계가 다방면에서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장마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설상가상 태풍까지 북상하면서 수해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피해 주민들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한 푼이 절박하고 아쉬운 가운데 문득 떠오르는 곳간이 하나 있다. 바로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이 추진했던 4대강 사업에서 대규모 담합 행위를 저지른 건설사들이 약속한 사회공헌기금이다.

2012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SK건설, 계룡건설산업, 코오롱글로벌, 한화건설, 경남기업, 삼환기업, 한라㈜,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쌍용건설 등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혐의가 적발된 17개 업체에 과징금 1115억 원을 부과했다. 이어 공정위는 2014년 11월 건설사 7곳에 과징금 152억 원을 부과하고,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는 제재 조치도 실시했다.

수주 위기를 자초한 건설업계는 '건설업계를 살려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호소문을 발표하며 제재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고, 2015년 8월 15일 박근혜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명단에 4대강 입찰담합 건설업체들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10대 건설사를 비롯한 74개 건설업체들은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총 2000억 원 규모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특별사면을 받은 대가로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공언한 것이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사회공헌기금을 내기로 약속한 74개 건설사 중 기금을 납부한 업체는 16개에 불과했으며, 조성된 기금도 약 100억 원에 그쳤다. 광복절 특사로 면죄부를 받았음에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설사들은 오히려 이후 50조 원 규모 공공사업을 따냈고, 민간사업에서는 250조 원 규모 공사를 진행했다.

어느덧 5년이 흘렀고, 4대강 사업이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4대강 본류와 지류, 지천 곳곳에서 호우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4대강 사업이 과연 수해 예방 효과가 있느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참으로 어리석은 위정자들이다.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도 부족한 판국에 서로 조금이라도 책임을 미루려고 쓰잘데기없는 말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4대강 사업에서 입찰 담합 행위를 저지른 건설사들에게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 억울한 책임이라고 호소할 이유 없다. 당신들이 국민들에게 공언했던 것을 지켜야 할 적기가 이제야말로 도래한 것이다. 입을 굳게 닫은 채 뒷짐을 지고 있어도 안 된다. 대규모 홍수 방지 국책사업에서 장난질을 친 업체들이 온 나라가 수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는 건 과거 국민 앞에 한 기부 약속이 그저 특사에 대한 비난 여론 무마용이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다.

상황이 무척 급박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재인 정부나 국회 등이 나서서 강제적으로 이들로부터 사회공헌기금을 받아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약속이라는 건 스스로 지켜야 의미가 있다. 다행히도 최근 건설업계에는 '함께 움직이는 세상', '사회와 상생하는 기업', '사회적 가치 창출',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등 구호와 경영이념을 앞세우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회사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자체적으로 성금을 전달하는 등 수해 피해 돕기에 적극 동참하는 업체들도 여럿 보인다.

마침 곧 있으면 제75주년 8·15 광복절이다. 4대강 담합 건설사들이 특사를 받은 지 정확히 5년 후인 날이 다가온다. 건설업계가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그간 미진했던 사회공헌기금 조성에 속도를 내 갑작스런 폭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재민들을 위로해주길 바란다. 그 어떤 약속 이행보다 가치 있는, 아름다운 실천이 될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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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2020-08-12 23:09:18
기사다운 기사네요 알고 싶은거 알아갑니다

샤인 2020-08-10 12:13:34
맞는 말씀입니다.
좋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