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 대책은 없나? [일상스케치(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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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 대책은 없나? [일상스케치(97)]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3.10.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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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노인 빈곤, 해외 주요국 최고 수준…고령일수록 빈곤율↑
KDI "노인 빈곤 완화정책, 취약계층에 집중 지원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8월 한가위가 지났다. 추석 명절을 맞아도 찾아오는 가족도 없고 1인 가구로 독거노인이라면 외롭고 처참함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을 것이다.  저물어 가는 세대, 그 자체만으로도 슬픈데 노후 준비가 안되어 일상생활에 위협을 느낀다면 심각치 않을 수 없다.

소득·자산을 고려한 실질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 노인이 3명 중 1명 이상이다. ⓒ연합뉴스
소득·자산을 고려한 실질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 노인이 3명 중 1명 이상이다. ⓒ연합뉴스

노인 빈곤율 최고 수준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간한 '고령자의 특성과 의식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 가운데 고령자의 비율은 2023년 현재 18.4%에서 2037년에 31.9%, 2070년에 46.4%로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자의 비중이 국가 전체 인구의 14%에서 20%로 늘어나는 기간은 프랑스가 39년(1979년→2018년), 미국이 15년(2014년→2029년 예상), 일본이 10년(1994년→2004년) 걸렸다. 반면 한국은 7년(2018년→2025년 예상)에 불과하다. 이렇게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의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속도는 주요 선진국의 전례를 뛰어넘는다.

문제는 이처럼 빠른 고령화 속도에 비해 그에 따른 준비가 미흡하다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노인 빈곤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자산과 소득을 고려해도 해외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승희 연구위원이 발표한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 빈곤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34.8%로 독일(11.8%), 영국(9.8%), 미국(10.8%·2016년 기준) 등 주요 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소득·자산을 고려한 실질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노인이 3명 중 1명 이상이었다. KDI는 소득이 중위소득의 50%보다 적은 노인을 빈곤 노인으로 분류했다. 독거노인이 빈곤 노인으로 분류되려면 월 소득이 2017년 1인 가구 중위소득(165만 3000원)의 절반인 82만 6000원보다 적었어야 한다. 부부의 경우 월 소득 140만 7000원이 이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노인 빈곤율은 고령일수록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노인 빈곤율은 고령일수록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고령층 소득과 자산 유형 분류

같은 한국 노인 사이에서도 세대를 기준으로 확연한 빈부격차가 나타났다. 노인 빈곤율은 고령일수록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소득과 자산(포괄 소득)을 고려해 고령층을 저(低) 소득-저 자산, 저소득-고(高) 자산, 고소득-고 자산, 고소득-저 자산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2021년 기준 1930년대 후반 출생 노인의 45.9%가 모두 중위 소득의 50%를 밑도는 진짜 ‘빈곤 노인’이었다. 1940년대 전반 출생은 37.2%, 40년대 후반 출생은 31.6%, 1950년대 전반 출생은 19.7%, 1950년대 후반 출생은 13.2%로 일찍 태어난 세대일수록 취약계층 비중이 높았다.

이처럼 문제는 1950년대 이전에 태어난 저 자산·저소득 유형의 고령가구들이다. 이들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크게 입지 못 한데다, 교육수준도 낮고 자산 축적의 기회도 적었을 확률이 크다.

한편, 현재 노인 빈곤 완화 정책인 기초연금은 전체 고령층의 70%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향후 상대적으로 덜 빈곤한 1950년 대생과 그 이후 세대가 고령층에 포함돼가면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 이상으로 재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빈곤 막아야“

그렇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도는 없을까.

이에 KDI는 노년층의 실질적인 소득을 고려해 기초연금을 더 집약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산 포함해도 한국 노인 빈곤은 심각한 수준이라 기초연금을 더 선별적이고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산 처분을 통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저소득·고 자산 노인에 대한 지원은 줄이고, 소득 인정액 기준도 낮춰 더 두터운 기초연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재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어느 계층이 더 취약한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라며 “기초연금은 우선 저소득·저 자산에 더 집중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소득 고 자산’ 고령층은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등의 정책을 활용해 스스로 빈곤층에서 탈출할 수 있다"라며 “취약계층에 지원을 집중하려면 기초연금을 재산을 고려한 소득 인정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고령층에게만 지급돼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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