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70년, 한·미 SCM 새 국방비전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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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70년, 한·미 SCM 새 국방비전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12.16 14: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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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한 한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11월 22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제1항모강습단의 칼빈슨함을 방문해 네일 코프로우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11월 22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제1항모강습단의 칼빈슨함을 방문해 네일 코프로우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미래 청사진을 담은 새 ‘국방비전’을 제시했다. 동맹 70년을 맞은 안보연례협의회(SCM)를 통해서다.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억제력 강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나 북한의 눈치를 볼 사안이 아니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과 이에 따른 남한 주민들의 생존 위협을 감안하면 꼭 필요한 조치다.

양국은 과거에도 국방비전이란 이름의 성명을 채택한 바 있으나 중장기 계획이 모호하고 북한 비핵화라는 공허한 가정을 전제하는 등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신원식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서명한 2023년판 국방비전은 동맹 100주년을 내다본 향후 30년 한미동맹의 밑그림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핵작전 성공 일정 부분 관여

회의에선 한·미 정상이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이를 위해 양국은 유사시 미국 핵작전에 대한 한국의 재래식 전력 지원을 위한 공동기획과 실행 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는 한국이 단순히 미측 확장억제의 일방적 수혜국이 아니라 핵작전 성공을 위해 일정 부분 관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로 들려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북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미군 조기경보위성 정보를 우리와 실시간 공유하기로 한 것이나 4년 만에 북한을 ‘근본적이고 시급한 위협’으로 규정한 ‘한미동맹 국방비전’을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다.

세 가지 핵심축

비전은 세 가지 핵심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가 견고한 연합방위 능력과 대비태세를 바탕으로 한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 강화다. 한반도 유사 상황 시 핵을 포함한 확장억제 수단 운용과 관련해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된다는 뜻이다. 핵협의그룹(NCG) 운영이 대표적이다. 둘째가 ‘과학기술동맹’으로의 발전이다. 현재의 연합방위 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한미가 우위를 점하는 첨단과학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게 된다. 셋째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다. 한미동맹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해 자유·평화·번영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국방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국방비전이 큰 그림이라면 어제 10년 만에 개정된 ‘맞춤형 억제전략’(TDS)은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라 할 수 있다. ‘2023 TDS’에는 평시·위기시·전시에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공격에 대비해 한국의 재래식 능력과 함께 미국의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담았다. 북한의 핵 위협이 어떤 양태로 전개되든 이에 맞설 동맹 태세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를 즉각 공유하기로 한 방안도 눈길을 끈다.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시스템

북한의 국지적 도발도 걱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하마스식 북한 기습 공격에 대해 강력한 한미 연합 대비태세를 주문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한미일 국방장관은 그제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시스템을 12월 중에 가동하고, 내년 1월부터 3자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일 관계 개선으로 3국 협력이 강화돼 대북 억지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대단히 바람직하다.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도 한미가 논의했다고 한다. 북한의 도발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대북 정찰능력을 제한하는 군사합의는 재고해야 한다. 북의 움직임에 맞춰 부분적 효력정지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SCM은 매년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열리지만 올해는 동맹 70주년인 데다가 TDS는 10년, 국방비전은 4년 만에 정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이미 북한은 핵탄두 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으로 헌법까지 개정했다. 달라진 안보 환경에 맞춰 동맹의 범위를 확대하고 미래 안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건 당연하다. 지난 4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협의그룹(NCG) 운영이 논의된 데 이어 유사시 미국 핵작전에 한국의 재래식 지원을 공동 기획·실행하기로 하는 등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가 구체화한 것도 평가할 일이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 등 두 개의 전쟁과 맞닥뜨린 상황에도 철통 같은 대북 확장억제 이행을 약속한 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국민의 안전

2021년 '대만해협'을 처음 언급해 중국의 ‘엄중한 우려’란 반발을 사고, 작년 북핵 불용의 강경 메시지를 낸 것에 비해 올해 SCM에서 한미는 상대적으로 ‘로키 대응’을 했다. 두 개의 전쟁, 미중 정상회담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방비전에서 한미 양국이 함께 ‘세계에서 가장 중차대한 안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 것이 제시된 건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국제사회의 중추 국가로서 책임을 다하는 건 마땅하나 이 과정에서 자칫 우리 안보에 빈틈이 생기거나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될 일이다. 지역 안정을 위해선 일본과의 안보 협력도 필요하지만 과거사와 국민감정 등이 간과돼선 곤란하다. 어떤 상황에도 한미동맹이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할 건 양국 국민의 안전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회담 뒤 23개 분야의 현안을 18개 항으로 정리해 1만2000여 자에 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두 장관들은 한·미 동맹 100주년을 준비하는 청사진을 담은 별도의 한·미 동맹 국방 비전에도 서명했다.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 억제, 국방 분야의 과학기술동맹으로 발전, 한·미 동맹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등이 핵심 내용이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동맹이라는 양국 관계자의 평가대로 어제 합의대로만 된다면 동맹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미 국방장관이 동시에 “핵을 사용할 경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언급했다는 점 역시 북한 당국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악마의 거래’로 핵·미사일 고도화를 꾀하면서 되레 한미 양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 군축과 평화연구소는 한미 국방장관 회의에 대해 “새로운 침략 전쟁을 도발하려는 위험천만한 기도”라고 생떼를 부렸다.

자주 국방 역량 강화

군사기밀이라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북한의 핵·WMD 사용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동맹의 모든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측의 재래식 전력 지원을 공동기획하고 실행하는 방안 등 확장억제의 전략적 방향성도 담겼다. 양국 정상이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합의한 ‘핵협의그룹’(NCG)의 운용을 구체화했다는 의미다. 양국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에서 개정 TDS에 대해 “북한의 가능한 어떠한 핵사용 상황에도 대비해 동맹의 태세와 능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전략이 더욱 구체화하고 촘촘해진다고 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이번 SCM 개최를 계기로 북한의 기습 공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는 김정은 정권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혼돈을 틈타 갑자기 도발을 감행해 ‘다중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날 오스틴 장관 일행을 만난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이 오판해 하마스식 기습 공격을 포함한 어떠한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즉각적으로 단호히 응징할 수 있는 한미 연합 대비 태세를 유지해달라”고 말한 것도 최근 북한의 호전적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북한의 최악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북한 미사일 발사 정보 공유 등 한미 핵협의그룹(NCG) 운영 방안 구체화를 통해 확장억제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킬체인 강화와 압도적 군사력 확보 등으로 자주 국방 역량을 강화해 북한이 감히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평소 역사주의와 세계주의를 기준으로 한 집필 경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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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태 2023-12-16 15:18:06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