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노인 중에선 여성·수도권 비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자녀교육에 올인하고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수많은 노인들의 생활이 피폐하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노인 중 절반 가까이가 가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 노인 중엔 여성과 수도권 거주자 비율이 더 높았다.
보건복지부가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빈곤 노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별 분포(가처분소득 기준)는 여성 60.3%, 남성 39.7%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소득은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으로 개인소득에서 세금 등을 제하고 연금 등 이전소득을 보탠 것이다.
빈곤 노인의 지역별 분포에서는 수도권 거주자가 39.6%로 제일 많았다. 이어 경상권 거주자가 전체의 30.5%, 전라권 거주자가 13.4%였다.
이들의 가처분소득 수준은 빈곤하지 않은 노인보다 1천만 원가량 낮았다. 비(非) 빈곤 노인의 연 가처분소득이 1천797만 원인데 비해 빈곤 노인의 연 가처분소득은 804만 원이었다.
연금·사회보장금을 제외한 빈곤 노인의 시장소득은 연평균 고작 135만 원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대부분의 소득이 국가에서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빈곤 노인이 전체 노인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45.6%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 노인 빈곤율이 49.0%로 남성 노인 빈곤율인 41.2%보다 8% 포인트 정도 높았다.
사회보장 행정 데이터를 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빈곤율도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초기 노인인 60∼69세의 빈곤율이 35.0%로 가장 낮았고 나이대에 따라 점점 높아져 80세 이상에서는 56.5%가 빈곤 노인이었다.
지역별 노인 인구 대비 빈곤 노인의 비율을 따져 보면 농어촌 지역이 가장 높았다. 농어촌의 노인 빈곤율은 가처분소득 기준 57.6%였고, 중소도시가 47.0%, 대도시 42.1% 순이었다.
성별·지역별 노인 빈곤율을 합산해 파악한 결과 '여성이면서 농어촌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남성이면서 대도시에 거주하는 경우'보다 빈곤율이 22.6%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Pension at a glance 2023)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OECD 가입국 중 노인의 소득 빈곤율이 40%대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국가는 2020년 기준으로 한국밖에 없다. 한국 다음으로 높은 에스토니아(34.6%), 라트비아(32.2%)는 30%대였고, 일본(20.2%)과 미국(22.8%)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높은 노인 빈곤율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금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주 요인이다. 한국의 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은 31.6%로, OECD 평균(50.7%)의 3분의 2에도 못 미쳤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