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밝혔습니다. 여당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한데 이어 야당에서도 이탈자가 나온 상황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명 모두 전 당대표였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민주당은 어떤 입장일까요?
이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간 갈등은 20대 대선을 앞두고 당 내 경선을 치르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낙연 당시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언급하면서 그의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죠. 반사이익을 본 것은 이재명 후보였습니다. 이윽고 이낙연 후보가 경선에서 패배하고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나아가 대선에서도 이 전 대표의 소극적인 행보를 두고 친명의 비판이 이어졌죠.
지난 7월 28일, 두 지도자는 서울 중구에서 ‘명낙회동’을 가졌지만 양측은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난 대선 당시 표면화된 양측 간 갈등이 봉합되지 못한 채 양 거두는 헤어짐을 택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탈당 결정에 비명계의 행보에 귀추가 모이고 있습니다.
친명계와 대립 중인 ‘원칙과 상식’ 소속 조응천, 김종민, 이원욱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이들은 “지금 이재명 체제로는 윤석열 정권의 독선과 독주, 무능과 무책임을 심판하지 못한다”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를 지닌 모든 개혁 세력과 연대·연합해 함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원외 인사들 역시 이낙연 신당 합류에 분주합니다. 이석현 전 부의장은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을 공식화했습니다.
이 전 부의장은 “이재명 대표의 사심으로 민주당에 민주와 정의가 실종되고, 도덕성과 공정이 사라졌다”며 “전두환 정권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로, 오랜 세월 민주당을 지켜 온 당원으로서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낙연 전 대표의 외로운 외침과 투쟁을 양심상 모른 척 할 수 없다. 의리를 저버릴 수 없다”면서 “개인보다 나라 걱정의 충심뿐인 이 전 대표의 진정성을 저는 알기에 이 전 대표와 함께 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단체장 출신 정치인의 합류 또한 이어졌습니다. 최성 전 고양시장은 지난 12월 26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에 의한 북한의 수령 체계 식 불법-부당한 공천 학살을 당한 이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에 참여하기로 결단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울러 친낙계로 분류되는 장덕천 전 부천시장, 김윤식 전 시흥시장 등 또한 합류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죠.
민주당은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한 개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낙연은 2021년 1월 박근혜 사면론으로 정치적 폭망의 길로 들어섰고, 2024년 1월 탈당으로 정치적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선 △명분이 부족하고 △자기부정이라면서 그가 탈당한 이유는 사실상 △대선 경선불복이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이 전 대표가 탈당 기자회견을 하며 민주당 내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사라졌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김대중-노무현 정신은 통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정계 은퇴를 요구했습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라며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 전 대표의 탈당이 가지는 파급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오는 4월에 치뤄질 총선이 준연동형 비례제도를 유지할 것인지,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할 것인지에 따라 신당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건데요.
우선 당 관계자는 준연동형제를 유지한다면 이낙연 신당이 원내 입성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현재 당 내에서 위성 정당 수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없어질 경우, 분산된 비례표가 이낙연 신당을 비롯한 진보 정당에 고루 나눠져 의석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반면 병립형으로 돌아간다면 사실상 이낙연 신당이 득표할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죠.
또한 지역구에 기반한 의석을 쟁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지역구에 출마한 의원이 있어야 비례 투표율이 올라가지만, 이낙연 신당으로서는 가장 의석이 많은 수도권에서 별다른 득표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동교동계 일부가 신당에 합류할 의사를 밝혔으나 이들 또한 호남 외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겠느냐는 전망이었습니다.
한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을 규탄하고 정계 은퇴를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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