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 장기화…세 가지 쟁점이 승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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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 장기화…세 가지 쟁점이 승패 가른다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4.10.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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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측, 매수가 상향…고려아연 “여러 방향 고민”
고려아연 지분 1.85% 영풍정밀 확보전도 변수
국가핵심기술 선정 여부도 분쟁에 영향 미칠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2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발표 기자회견 현장. 사진 왼쪽부터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조현덕 변호사.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지난 2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발표 기자회견 현장. 사진 왼쪽부터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조현덕 변호사.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 경영권 분쟁이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향후 변수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공개매수 조건이 비슷해진 가운데, 고려아연의 재베팅 여부, 고려아연 전구체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심사 결과, ‘캐스팅보트’인 영풍정밀 공개매수 결과 등에 따라 향방이 달라질 거란 분석이다.

 

고려아연 ‘베팅’ 따라온 영풍…고려아연 ‘재베팅’ 가능성 있을까?


경영권 분쟁의 첫 번째 변수는 고려아연이 지난 4일 영풍의 거래조건 상향에 ‘재상향’으로 대응할지 여부다.

지난 4일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영풍 측)는 정정공시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시한을 기존 이달 4일에서 14일로 늘리면서, 매수가를 기존 75만 원에서 83만 원으로 올렸다. 두 번째 상향이다. 영풍이 최초 제시한 금액은 66만 원이었다.

최소 거래물량도 없앴다. 당초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청구 주식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최소치인 약 144만 주에 미달할 경우, 거래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영풍은 고려아연 반격에 상황이 불리해지자 조건을 바꿔 내걸었다. 지난 2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조건과 동일한 수준을 제시한 것. 당시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 83만 원을 제시했고, 최소 거래 물량은 정하지 않았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조건에 따라 거래 조건을 바꾼 셈이다.

업계의 이목은 이제 고려아연의 선택에 쏠린다. 만일 고려아연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 맞불을 놓는다면, 투심은 고려아연으로 기울 수 있다. 물론 재무부담이 더 높아질 수 있단 우려는 남는다.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영권 분쟁은 ‘정당성’ 싸움으로 흘러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현재 양사는 이를 가리기 위한 소송전을 각각 진행 중이다. 영풍 측은 지난 2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이 운영 중이고, 영풍 지분 4.4%를 보유한 영풍정밀은 영풍 측이 맺은 계약과 관련해 검찰 고소, 이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의 정정 공시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아직 자사주 공개매수 청구 마감일까지 시일이 남은 만큼, 공개매수가 추가 상향 등은 논의 중이란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향에 대해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캐스팅보트’ 영풍정밀에도 이목…전구체 기술 국가핵심기술 여부도 ‘관건’


영풍정밀 지분 확보전 역시 중요 변수로 부각된다.

영풍 측은 지난달 13일 주당 2만 원 수준으로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발표한 이래, 지난달 26일 주당 2만5000원으로 매수가격을 상향했다. 이후 이달 2일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의 지배회사인 제리코파트너스가 주당 3만 원에 대항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이후 영풍 측이 공개매수가를 주당 3만 원으로 부르면서 경쟁은 격화하는 상황이다.

양측이 영풍정밀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주식 1.85%를 차자하기 위함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지분 25.4%를 보유한 영풍이다. 다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최씨 일가 및 그 우호지분과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등 장씨 일가 및 그 우호지분을 합해 비교하면, 양측 모두 33% 안팎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이 차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마지막 변수는 고려아연 전구체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선정 여부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지난달 고려아연은 자사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선정을 정부에 신청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이달 관련 심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는 경우, MBK파트너스의 인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외국 자본에 매각될 때,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정한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 내 중국 자본을 문제 삼아온 바 있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동원한 펀드 내 중국 출자 비중은 5% 수준이다.

엑시트 전략도 복잡해질 수 있단 분석이다. MBK파트너스가 향후 중국 등으로의 매각을 고려 중이었다면, 국가핵심기술 선정 이후엔 그 이행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업계는 해당 사안에서 정부가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산업부는 관련해 ‘적극 검토’를 언급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7일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이 가진 제련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고, 산업부에서 상당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기업과 협의해 향후 국가핵심기술 지정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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